고대진 소장 "中企·기술 중심 경제구조로 빨리 전환해야"
[미국 금리 인상과 한국경제의 나아갈 길]②
(서울=뉴스1) 고대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 지난 12월 15일(한국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25~0.50%에서 0.5~0.75%로 인상했다. 이는 2015년 12월, 0.25%포인트 인상 후 1년 만에 단행된 금리 인상 조치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은행 간 1일짜리 대차금리를 말하는데, FOMC가 물가와 고용수준을 예상해 결정하므로 정책금리라고도 한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때로는 같은 방향으로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다만 시장금리는 시장의 펀더멘탈을 반영해 시시각각 움직이므로 기준금리보다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저성장(2.6%e), 저물가(1.0%e), 저수요인 우리 경제 상황 하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당장 내려야 한다. 금리 인하를 통해 돈이 돌게 하고, 돌아다니는 돈이 다시 투자와 생산으로 흘러들어 가게 해야 한다. 그럴 경우 장기 시장금리도 기준금리를 따라 내려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장기 시장금리가 따라 내려오기도 쉽지 않다. 풀린 돈이 실물로 흘러들어 갈 요인이 없고, 원화 채권에 대한 매력 감소와 달러 자본 유출 등의 불안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다 하더라도 장단기 금리 커브는 과거의 플래트닝(flattening : 완만)에서 장고단저인 스티프닝(steepening:경사)으로만 변할 것이다. 여기서 장기자금의 수요 측인 정부의 국채 발행과 가계의 주택자금대출 등은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고 운용 측인 연기금, 예금자, 자금잉여 기업에는 금융소득 증가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 따라서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된 부채 보유자들은 금리상승 위험을 헷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정금리대출이 변동금리대출보다 좀 더 비싸긴 하지만 보험이라 생각하고 고정금리대출로 일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거나 변동→고정금리 스와프를 통해 아예 금리 흐름을 변경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미국 금리 인상으로 수출 부진과 금융비용 증가, 이로 인한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를 우려한다. 특히, 가계대출의 경우 저금리상태에서는 대출의 양이 문제가 됐지만, 지금처럼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의 질, 즉 상환능력과 금리 리스크의 노출 여부를 잘 관리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5년 고정금리에 1년 후 원리금 분할 상환 조건이거나 DTI가 약 40% 수준이어서 향후 금리상승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있어 보인다.
금리 변동 폭이 크지 않다면 금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거래 상대국과의 상품·자본 교역에 따른 상대적 관계와 미래 가격변화를 예상한 투기적 요인에 의해 변동한다. 따라서 수출입과 대외자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환율의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리의 달라진 위상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교역 포트폴리오를 보면 2015년 말 기준 중국(홍콩 포함) 26.9%, 미국 11.8%, 일본 7.4%다. 이는 곧 국내 무역결제의 84%와 외환보유액의 70%가 달러화로 채워져 있지만, 시장만 조성된다면 언제든지 달러 비중의 축소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보유액 측면에서는 현재 약 3700억달러로 이는 향후 3개월 이내 수입결제액과 1년 이내 단기차입금, 주식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주식의 3분의 1을 매각할 경우의 규모와 같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국가 신용등급은 AA-(Aa3)로 세계 톱10 국가다.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한 외국자본의 이동을 걱정하기에는 우리의 잠재력이 충분하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 직후 급등했던 각국의 시장금리와 환율은 오히려 12월 15일 이후 환율 하락으로 돌아서거나 금리상승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와 리먼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너무나도 피해자로서 트라우마가 강하다. 브렉시트 때도 트럼프의 당선 때도 우리는 해외 불안요인 혹은 리스크라 여기고 대책회의부터 열었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 국민은 그러한 리스크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은 리스크가 아닌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미국 경기의 지속적인 회복을 의미한다면 이는 미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어떤 기회 요인이 되는지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2004년 6월 미국의 2차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 우리는 카드 사태로 인해 GDP 증가율이 3.9%에 머물렀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 기간 오히려 GDP 증가율이 4.2% 상승했고 수출도 동기간 16.2%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우호적이었던 점을 기억하자.
우리는 지금 대외요인에 민감한 우리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느냐, 아니면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동안의 대기업 중심, 매출 중심의 과시형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중심, 기술 중심의 경제구조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또한, 수출 부진만 탓할 게 아니라 부가가치가 점점 제품 위주에서 서비스 위주로 변화해 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의 탁월한 인적 자본을 활용해 지식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수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다음은 모두가 지적하는 제도와 규제의 시급한 개혁이다. ICT 접근성 및 인프라 발전지수는 세계 1위(ITU, 2016)면서 이를 뒷받침할 정치·규제 환경은 르완다보다 낮은 34위라니 참담하지 아니한가?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도와 규제에 관한 진화된 시각이 필요하다. 기존의 규제시스템을 과감하게 네거티브로 전환하고, 오프라인 지원 제도들이 디지털 시대에 규제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한다. 과거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를 움직였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보이는 손'이 판을 깔아야 플레이어들이 등장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대외 환경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가 지금부터 세계 경제 변화에 대한 솔루션을 찾아 부지런히 외교력과 정치력을 발휘하고 자신 있게 변화와 혁신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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