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애널]⑦매도 '14% vs 0.4%'…외국계 보고서만 찾는다
노트7 폭발 두고 '잠재적 성장 vs 브랜드 타격 장기화'
"증권사 소속으로 무료 정보 생산…객관성 지키기 어려워"
- 류보람 기자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매수 일색' 현상은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하면 더욱 극명해진다. 분석 대상 기업들의 입김에 저항하기 힘든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100% 매수 리포트만 내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부터 국내 영업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비율공시제도를 시행했다. 매수 의견 일색인 국내 증권사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증권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금감원이 제도 시행 당시 직전 4개년간 국내 증권사들의 리서치 보고서 의견을 분석한 결과 4만9580건의 리포트 중 매도 의견은 23건에 불과했다. 23건 역시 하락세가 뚜렷하거나 실적 악재 등이 명백히 알려진 경우였다.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 분석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자산총액 상위 10곳 기준)가 1년 동안 발표한 매도 의견 보고서는 평균 0.49%였다. 중소형사를 포함하면 전체 32개사 평균은 절반 이하인 0.2%로 떨어진다.
이 기간 단 한 건도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은 증권사도 전체의 75%인 24곳에 이른다. 리딩투자증권(100%), 부국증권(100%), 교보증권(98.6%), SK증권(95.9%), BNK투자증권(95.3%), 이베스트투자증권(91.0%), KB투자증권(90.8) IBK투자증권(90.3) 등 매수의견만 90% 이상 낸 회사도 8곳이나 됐다.
반면 외국계 15곳이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 비율은 평균 14.3%였다.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는 매도 의견만 39.3%에 달했다. 메릴린치, 모간스탠리도 각각 26.8%, 19.8%의 매도 의견 보고서를 냈다.
◇노트7 폭발 두고 "잠재적 성장" vs "브랜드 타격 장기화"
갤럭시 노트7의 국내 폭발 사례가 처음 알려졌을 때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했다. 대신에 지배구조 개선이나 실적 호조 등의 긍정적 요소를 부각했다. 삼성전자가 배터리 결함을 공식 확인하고 전량 교환을 발표한 시점은 9월2일. 외신들은 애널리스트들의 부정적인 견해들을 인용 보도됐다.
9월4일 브라이언 마 싱가포르 IDC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아이폰에 우위를 점하던 시절은 끝났다(The time advantage that they had on the iPhone, that’s evaporated now), 3분기 실적은 분명히 타격을 받겠지만, 즉각적인 조치나 상황 반전이 있다면 장기적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폴 테이크 티리아스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노트7 사태는) 유통망과 품질관리, 궁극적으로는 마케팅 문제로까지 귀결된다(It's a supply-chain issue, a quality-control issue and that, ultimately, makes it a marketing problem)"고 지적했다.
생산중단 시점인 이달 10일 크레디트스위스는 "노트7에 세 번째 기회는 없는 듯하다(No third chance likely for GN7)"며 "생산 중단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인식, 소비자들의 공포심리가 브랜드 이미지나 충성도에도 손상을 준 것으로 판명 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노트7 이슈는 여전히 유효하고 내년 1분기 예정된 갤럭시8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아이폰과 갤럭시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경쟁 기업을 깎아내리는 시선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고객이 투자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존재 이유라면, 국내와 외국계의 차이는 분석 보고서만 봐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국내 리포트 믿고 사지 말라" 떠나는 투자자 신뢰
기관투자자보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내 리포트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꺾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에서는 "해외 리포트를 볼 방법을 알려달라"는 등의 질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소속돼 활동하는 국내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각 증권사 홈페이지나 전문 제공 사이트 등을 통해 일반 투자자가 무료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원문을 제공하지 않는다. 독립 분석회사는 투자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유료 정보를 생산한다는 차원에서 리포트를 낸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규모가 아직은 급팽창한 시장을 세부적으로 다루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리서치센터는 애널리스트 78명을 보유한 NH투자증권이다. 통합 미래에셋증권이 양사의 현 인원을 유지하고 출범하면 100명을 유일하게 넘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대한 매도 리포트를 쓰면 회사와의 거래에도 위협이 되고 해당 종목 투자자들의 반발도 상상 이상"이라며 "현실적으로 아직 우리나라에서 매도 리포트를 쓰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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