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해외 증권사 인수협상중...자산운용 미래에셋지분 확대"
[일문일답] "합병법인 점포 70개 추가 검토..대우 상호는 살리고 싶다"
"산은운용은 헤지펀드 회사로 키울 것"
- 김태헌 기자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2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대우증권 인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자본시장의 본질적 가치는 혁신과 도전"이라며 "이번 미래에셋과 KDB대우증권의 합병으로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 DNA를 바꿔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대우증권맨의 고용불안을 의식한 듯 "자산운용 부문이 강점인 미래에셋의 약점은 투자은행(IB)과 주식 위탁매매(브로컬리지) 부분이었다"며 "대우증권은 바로 이 약점을 보완할 환상의 파트너"라고 자신했다.
합병 이후 대우증권 인력의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한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대우증권 후배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역동성 저하를 우려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다음은 박현주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대우증권 노조에서 합병 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대우증권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건 이해한다. 우리가 직장 옮겨도 불안한데,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큰 변화가 온 거니 당연히 불안할 것이다. 그럴 필요 없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지금보다 더 안정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과거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합병 법인 자산이 210조 규모고, 점포가 180여개 수준이다. 신한은행(890여개), 국민은행(1130여개) 등 자산 300조 규모 시중은행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적다. 점포를 250여개 수준까지 늘릴 계획도 있다.
-해외 증권사 인수계획 있나.
▶규모만 커선 안 된다. 소프트웨어 강한 회사를 내부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임직원의 공통분모 먼저 만들고, 해외로 진출하는 건 그 다음이다. 사실 미래에셋은 지속해서 해외 M&A에 관심을 두고 있고, 우리와 궁합이 맞는 회사를 찾고 있다. 구체적 상대를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협상을 하고 있다. 한국 회사는 아니다.
-금융시장에도 삼성 같은 글로벌 회사 나올 수 있다고 보나.
▶삼성 같은 금융회사는 어떤 수치적인 성과에 신경 쓰면 나올 수 없다. 글로벌 금융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그룹이 불가능을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이병철, 정주영 회장 등 신화를 낳은 창업주들은 당시로선 상상 불가능한 세상을 꿈꿔 지금의 현대·삼성을 만들었다. 상상의 힘, 사고의 힘을 믿어야 한다.
-극복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양사 모두 장단점이 있다. 리더의 역할은 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두드러지게 개발하는 것이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이 궁합이 안 맞다고 보는 분들 있다. 그러나 자산관리가 강한 미래에셋하고 투자은행(IB)과 브로커리지가 강한 대우증권이 합쳤다. 찰떡궁합이라고 본다. 다만 다양성이 기업 안에 있어야 한다. 다만 다양한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성을 보여야 한다. 또 대우증권은 막강한 리서치 역량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이라는 최고 엘리트 집단에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에 오면 한국주식과 일본·중국주식,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도 살 수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지금 직원 수는 부족하다.
-무노조 원칙 고수하고 있는데, 대우증권 인수하면서 그 전략에 변화 있나.
▶노조 문제를 너무 대결구도로 안 봤으면 좋겠다. 상생으로 가야 한다. 한국이란 사회 이거 해결하지 못하면 앞날 없다. 이 부분은 염려하는 방식보다 부드럽게 처리할 것이다. 가능하면 우수 인력에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주려고 한다. 대우증권 인력을 미래에셋 자산운용에 보내는 걸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자원자가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을 검토해 보내면 된다. 미래에셋 안에도 자산운용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언제부터 대우증권 인수를 생각했나.인수가 상한선은 어디까지 생각했나.
▶지난해 금융위에서 2015년에 대우증권을 팔 계획이라는 얘기 있었다. 그때부터 대우증권 인수를 고려했다. 그 전에 우리증권도 인수계획 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대우증권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연초 신년사에서 미래에셋 그룹의 자기자본을 3년내 10조로 만들겠다고 얘기 했는데, 사실 그 얘기가 대우증권 M&A였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 합병은 '1+1=2'가 아닌 '1+1=3이상'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이 상당히 큰 금액을 지불해도 되는 회사였다고 본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과 너무 잘 맞는다. 서로 많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관계다.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인수금보다 조금 더 쓸 생각도 있었다. 1조원 증자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증자 끝나고 나서 1차 관문을 통과한 거로 봤다.
-앞으로 회사명을 '미래에셋대우증권'으로 갈 의향이 있나
▶강한 미래에셋 만들겠다. 합병은 가능하다면 시간을 지체할 이유 없다. 결정하기 전에는 많은 고민을 하지만, 하고 나면 주저하지 않는 게 우리 방식이다. 회사명은 개인적으로 대우증권이 갖는 한국증권사에서의 역사적 의미를 지키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싶다. 이 부분은 대우증권의 임원들이랑도 얘기해보고 결정하겠다. 한국 증권사들이 합병하고 그러면 구조조정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린 다를 것이다.
-IB 관련해서 해외 투자한다고 했는데
▶한국 기업문화 중 하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저는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일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대우증권 IB시스템과 인력을 신뢰한다. 그들이 하는 일이 납득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
-캐피탈에 대한 지분율이 낮아질 텐데 보완 방안이 궁금하다. 산은 자산운용을 어떻게 관리할 계획인가.
▶미래에셋 지분을 자산운용 쪽으로 확대하겠다. 현재 자산운용 실질 자기자본이 1조7000-8000억이 되는데, 이 부분 염려 안 하셔도 될거같다. 또 하나는 미래에셋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국내서 상당한 수준이다. 너무 염려할 필요 없다. 또 미래에셋생명이 괜찮은 회사다. 또 앞으로도 가장 건강한 회사로 만들 생각이다. 미래에셋 지분이 상당히 높다. 60% 육박하는데 지분율 높다는 얘긴 많은 카드가 있다는 것 의미한다. 길게 보면 미래에셋은 통합 증권 밑에서 성장한다고 보면 되겠다. 미래에셋 생명을 지원한다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 굳이 지원할 필요 없다. 산은 자산운용은 한국의 대표적인 헤지펀드 회사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산은 자산운용과 미래에셋 자산운용 양사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발전시키려고 한다. 헤지펀드 부분 상당히 강화할 것이다.
-글로벌 IB 등 수익성과 성장률은 저하되는 추세다. 성장력 저하를 돌파할 수 있는 전략이 있나.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은 저성장의 터널로 들어선 것은 맞다. 상업은행, 뮤추얼 펀드, 투자은행(IB) 등 개념을 정의해야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뮤추얼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성장이 높낮이가 있다. 헤지펀드가 아닌 이상 그것을 벗어나긴 힘들다. 상업은행 비즈니스는 경기를 후행한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상업은행이 공격적으로 하다 보면 어려움을 맞이할 수 있다. IB는 다르다. 시장이 나빠도 과감하게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시장이 좋을 때 빠져나온다. 시장 변화와 관계없이 자본을 공급하고 시장투자를 할 수 있다. 상업은행 부문은 정체됐다고 본다. 뮤추얼 펀드는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많다. 퇴직연금은 성장하고 있고, 연기금도 성장하고 있다.
-여전법(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통과 시 지배구조를 유지할 계획이 있나.
▶아직 개정안 통과 안 됐다. 통과 이후에 충분히 검토할 계획이다.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다.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미래에셋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가져가려고 한다. 지배구조 문제는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 지배구조를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지배구조를 가져가면서 야성을 가져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자산운용에 중심을 뒀던 미래에셋이 증권 쪽으로 중심을 옮긴다는 시각이 있다
▶전문화된 기업을 좋아한다. 아모레퍼시픽이나 한미약품 같은 기업 박수 쳐주고 싶다. 이런 전문 회사가 한국을 이끌 것이다. 자본들이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게 혁신이다. 합병 이후 그룹 차원에서 증권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 건 분명하다. 다만, 자산운용에 확실한 독립성을 주고 싶다. 자산운용은 금융사지만 성격이 많이 다른 것 같다. 가능하면 독립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좋다. 미래에셋은 투자를 통해 성장할 것이다. 상업은행 영역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미래에셋은 투자하는 그룹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공정위가 23개 미래에셋 계열사에 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이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저도 고민이 있다. 제도적으로 자산운용사를 하면 다른 분야를 못하게 해놓았다. 이게 현실적으로 그룹을 경영하는 데 약간 걸린다. 연봉을 많이 받아서 감추려는 시도라고들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연봉은 9억이다. 연봉을 비공개하려는 게 아니라 창업자·회장으로서 경영에 참여하려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있나.
▶지주회사는 그룹을 관리하기 좋지만, 야성을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기업은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성과 실행력 그런 게 중요하다. 야성을 잃으면 이런 부분을 잃을 수 있다. 미래에셋은 투자전문그룹이 돼야 한다. 그룹끼리 연대하더라도 아주 느슨한 연대가 좋겠다.
-구상하는 자산운용사의 모습은
▶색깔이 있는 회사를 만들려고 한다. 대체투자(AI) 방식으로 자기 자산의 30%를 가져가겠다는 게 대부분 연기금의 플랜인데, 이 부분을 그룹 차원에서 확대해야 한다. 그럼 미래에셋이 갑자기 부동산을 하거나 호텔을 사는 걸 보고, 이제 성공하니까 좀 편하게 살려고 한다는 오해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건 지극히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이다. 2013년 기준으로, 중국의 여권발급률이 4%에 불과하다. 아시아는 전 세계 GDP의 45%를 차지하고, 아시아 인구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다. 관광산업은 성장산업이라고 본다. 내수산업 육성하자고 20~30년 얘기했는데, 실질적인 행동은 없다. 금융이 해야 할 일이 이런거다.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물을 짓는 일들 말이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이번에 샌프란시스코 페어먼트를 샀는데 비유하자면 '호텔계의 피카소'를 샀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가치 더 오르는 걸 사람들이 느낄거다. 왜 자꾸 안된다는 각도로 보는지 모르겠다. 투자는 아름다운 것이다. 서울 을지로 위에 센터를 올릴 때 저평가됐었다. 위험한 투자가 아니다. 우린 가만히 앉아서 길게 못 보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자산의 1~2%씩만 투자하면 50조 넘는 자산을 한국의 관광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이외에 많은 모험도 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들 하는데.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로 비유한다. 그러나 햄버거에서 제일 맛있는 게 가운데 있는 패티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뭘 하기만하면 '위험하다' '안된다'고 한다. 나는 사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하는 일마다 '위험하다'는 얘기를 계속 들었다. 그러나 기업가가 투자를 주저하면 우리는 영원히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없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투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그런 면에서 의지가 있는 것 같은데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조용하다. 금융산업이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거다.
-자산운용 부분에서 대체투자(AI)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실리콘 밸리 등 혁신사업을 보면 리스크를 감수하는 모험 정신에서 발전했다. 미래에셋 투자 전문가 노하우와 대우증권의 IB 역량이 결합해 우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금융의 토양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 또 국민들의 편한 노후준비를 돕겠다. 우리나라 총자산대비 금융자산은 약 25%로 미국 70%, 일본 60%보다 현저히 낮다.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국내자산 일변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산으로 변모해야 한다. 다양하고 안정된 투자기회를 제공하겠다. 이번 합병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미래에셋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줄 것이다.
-증권회사 사원으로 입사 후 업계 1위 회장으로 오른 소감을 말한다면
▶사실 회사를 창업할 때 우리가 어느 정도 영역을 차지할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열정이 있었고 자신 있엇다. 그런데 미래에셋 창업하고 대우증권을 인수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개인적으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우선협상자로 발표된 날은 감동이었다. 그간 말못할 스트레스가 많이 있었는데 이번에 정말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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