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출이를 아시나요' 덕수상고 출신 제2의 전성시대
국민·농협·산업·기업은행 부행장 잇달아 배출...관에도 적지않은 인맥
- 송기영 기자
(서울=뉴스1) 송기영 기자 = 금융권에서 '덕출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들어 덕수상고(현 덕수고) 출신들이 금융사 임원에 잇달아 선임됐다. 한달동안 주요 은행 부행장에 승진한 덕수상고 출신만 4명이다. 이들은 '덕수상고 출신'이라는 의미로 자신들을 '덕출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14일 서형근 경동지역본부장을 신임 부행장으로 선임했다. 서 부행장은 덕수상고(66회) 졸업한 뒤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총무부장, 성수동지점장, 경동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KDB산업은행의 최초 고졸 출신 부행장으로 선임된 임해진 부행장은 서 부행장과 덕수상고 동기다. 1978년 고졸 행원으로 산업은행에 입행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말 김기헌 삼성SDS 금융사업부 전문위원을 IT그룹 부행장으로 영입했다. 김 부행장은 1955년생으로 덕수상고(61회)와 한양대 회계학과를 나와 국민은행 전산부, 평화은행 온라인시스템 구축총괄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NH농협은행 부행장으로 선임된 윤동기 부행장은 덕수상고 64회 졸업생이다. 1959년생으로 덕수상고와 동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현직 금융권 임원들도 '덕출이'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2013년 부행장에 오른 최병화 신한은행 부행장(69회)과 김인한 하나생명 사장(66회) 김학현 농협손해보험 사장(62회)가 덕수상고 출신이다.
전직으로는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김동수 전 수출입은행장, 허창기 전 제주은행장, 김광진 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 민경원 전 농협은행 부행장, 이영준 전 하나은행 부행장 등도 덕수상고 출신이다.
고위 공직자 중에도 덕수상고 출신들이 적지 않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덕수상고 68회 졸업생이다. 주 차관은 덕수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뒤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63회) 덕수상고 출신들에게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지내다 최근 아주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김 총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서울신탁은행 직원으로 취직했다. 이후 야간대를 다니며 1982년 입법고시(6회)와 행시(26회)에 모두 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교수는 덕수상고 59회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기도 했다. 반장식 전 기획예산처 차관(현 서상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덕수상고 61회로 외환은행에 입사한 뒤 야간 대학을 다니다 행시 21회에 합격했다.
이종남 전 감사원장, 박판제 전 환경청장,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2차관, 허용석 전 관세청장 등도 덕수상고를 졸업했다.
덕수상고 출신이 금융권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덕수상고는 1960~1980년대 '금융사관학교'로 통할만큼 많은 금융인들을 배출했다. 특히 1970년대는 금융권 입사자의 1/3이 덕수상고 출신이라는 얘기까지 있었다고 한다.
덕수고 출신 한 금융권 고위 임원은 "60~70년대에 두뇌는 명석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수재들이 덕수상고에 많이 진학했다"며 "덕수상고 졸업생들은 특히 주요 은행에 많이 진출했다. 지금도 은행권에 2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어 "전산시스템이 없던 당시에는 주산 능력이 은행 입사의 과목이었는데, 덕수상고는 주산 1급 자격증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었을 정도로 학구열이 높았다"며 "상고 출신 중에 유독 대학 진학률이 높았던 것도 바로 이런 학구열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 금융권을 주름잡고 있는 덕수상고 출신들은 대부분 50대 중반 이상이다. 금융권에서 덕수상고 인맥이 끊긴 것은 오래전이다. 1980년대 초부터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는 인재가 크게 줄었고, 은행들도 1980년대 후반부터 고졸 채용을 중단했다.
상고 출신 은행 임원은 "신한은행은 한때 임원 중 절반 이상이 상고 출신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물러났다"며 "최근에 임원으로 승진한 덕수상고 출신들은 상고 전성기의 끝물에 입행한 인사들이다. 이들이 퇴진하면 더이상 상고 출신 금융권 인재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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