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다르다고 어느 업주가 카드 거부? 카드 부정사용 방지책 유명무실
5만원 초과 결제시 가맹점은 카드 뒷면 서명과 실제 고객 서명 대조해야
고객은 귀찮아…가맹점주 "약관이 현실 반영 못해"…비밀번호 도입 주장도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신용카드가 도난·분실돼 누군가가 부정 사용할 경우, 누가 사고 책임을 얼마나 부담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는 카드에 고객이 서명을 했는지, 가맹점이 본인 확인을 했는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이런 방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도난·분실로 부정사용된 건수는 총 2만1771건으로 피해액은 88억5000만원에 달했다. 올해도 6월 기준으로 1만652건에 40억7000만원의 피해액을 기록해 지난해에 비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드가 도난·분실 됐을 경우 고객은 카드 뒷면에 자신의 서명만 해놨다면 부정사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피해액 대부분을 보상받을 수 있다.
실제로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 제5조에는 '회원은 카드를 발급받는 즉시 카드 서명란에 본인이 직접 서명해야 하며 이를 태만히 해 발생하는 책임은 회원에게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른 귀책사유가 없다면 고객의 책임은 없다는 이야기다.
카드에 고객의 서명이 적혀있다면 대금 결제시 이를 실제 서명과 대조해 회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건 가맹점의 책임이다. 카드 부정사용이 발생하면 카드사들은 가맹점에 5만원을 초과하는 결제에 대해 해당 의무를 다했는지 묻고, 미비하다면 가맹점에 부정사용 피해액의 일부를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의 고객들이 대금을 결제할 때 귀찮기 때문에 실제 서명과 다르게 입력패드에 적는다는 점이다. 가맹점주들은 많은 손님들이 서명을 할 때 일자(ㅡ)를 죽 긋거나 동그라미(○)만 그린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장난삼아 '네'라고 입력패드에 서명하거나 웃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그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고객이 실제 서명과 다르게 서명하면 가맹점은 카드회원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에, 카드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결제를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해당 결제를 거부해야 한다. 뒷면에 서명이 없는 경우에도 본인 확인이 불가능하기에 해당 카드를 받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원칙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교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카드 뒷면 서명과 다르게 적어 손님에게 다시 해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상당히 기분나빠 해 이후로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기분 상한 손님이 재방문하지 않을까봐 걱정을 하는 업주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약관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카드 서명으로 본인을 확인하는 방식은 고객 입장에서도 문제다. 뒷면에 서명을 하면 책임이 없지만, 문제는 자신이 카드에 사인했다는 것을 본인이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은 서명한 카드를 사진 찍어두는 방법으로 증명하지만, 카드를 잊어버릴 경우를 대비해 그렇게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카드가 부정사용 됐을 경우 그 책임은 회원이 가장 많이 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부정사용 된 카드 금액 40억7000만원 중 카드 회원이 부담한 금액은 35.6%인 14억5000만원으로, 부담 주체 중 회원의 책임 비중이 가장 높았다.
뒷면에 서명이 있다고 해도 카드를 습득한 부정 사용자가 서명을 연습해 똑같이 따라 쓸 경우에는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난감하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는 발생했지만 고객은 서명을 했기에 책임이 없으며 가맹점도 실제 서명과 대조해 본인 확인을 마쳤으니 귀책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효성도 없으면서 그 자체로는 부정사용을 막기 힘든 서명 확인 방식 대신에 다른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명 대신 비밀번호 사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결제시 서명만 하는 것 보다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게 부정사용을 막는 대책"이라며 "이미 해외에는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비밀번호 4~6자리를 입력하도록 하는 국가도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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