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 불황 우려..일본같은 '잃어버린 20년' 겪을 수도"

원화강세 돼도 경상수지 흑자 안줄어...내수침체 악순환 우려

5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2014.6.5/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 경제가 내수 침체·원화 강세로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는 '원고(원高)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7일 분석했다.

연구소는 이날 '원高불황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경상수지 흑자 확대 → 원화 강세 → 수출 감소·수입 증가 → 경상수지 흑자 감소'로 이어지는 환율의 경상수지 조절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원화가 절상돼도 경상수지 흑자가 줄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한때 100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음에도 경상 흑자는 연간 800억달러, 국내총생산(GDP)의 6%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돼 IMF가 권고한 적정수준(2%)를 넘어선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원화 강세'와 '경상수지 흑자'의 공존이 오히려 일본식 '엔고(円高) 불황'처럼 경기 침체를 장기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과거 과도한 엔고가 일본의 수출 부진을 유발했고 이에 따른 수출 기업의 수익 악화가 고용불안과 임금둔화를 통해 내수 침체로 이어지면서 수입도 크게 감소해, 엔고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의 장기침체 '잃어버린 20년'은 엔고불황이 심화된 결과였다"며 "국내에서도 내수 침체 때문에 불황형 흑자가 누적되면서 이것이 원고 압력을 증대시키고 원화 강세가 다시 내수 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당국이 이를 억제하기 위해 너무 강한 원화절상을 용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당국이 원고를 억제해서 흑자가 커진 게 아니라 원고가 내수 침체를 유발해 흑자가 커진 것이기에, 경상수지 흑자만 보고 원화 절상을 용인한다면 원고에 의한 내수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곽 연구위원은 "원화 환율이 과거 평균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인데도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큰 상태여서 원고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말로 위험한 시나리오는 원고로 인해 수출마저 감소해 현재의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고, 다시 저물가 상황까지 가세하게 되는 디플레이션 상태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과도한 원화절상이 진행되지 않도록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필요가 있으며,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및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 등 외화를 해외로 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 불황의 중요한 고리 중 하나인 내수 침체와 수입 감소로 인한 원화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내수 및 경기회복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필요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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