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님들 3년째 국감 증인 빠진 사연은…

2011년 IMF 참석 명분..작년에 여당 반대 심해
올해는 지주 회장 대신 은행장이 참석
은행장 답변 따라 돌발 채택 마지막 가능성도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들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의 답변을 경청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와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김충호 현대자동차 대표, 배중호 국순당 사장 등 기업인 19명이 일감몰아주기, 대리점 납품단가 인하 등과 관련한 증인으로 대거 출석했다. 2013.10.1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배성민 이현아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정감사가 17일로 예정돼 있다. 해당 기관은 물론이겠지만 이들 외에 국감 즈음에 가장 분주히 움직이는 곳들이 있다. 금융계의 권력으로 통하는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과 이곳 회장들을 보좌하는 직원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회장님’의 국감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기다림의 연속인 증언대에 서는 것과 혹시나 나올지 모르는 돌출 질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올해에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주 회장 대신 은행장들이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3년째 회장들이 불려가지 않다보니 어느 정도 예상도 됐던 일이다. 2010년에도 당시 신한사태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KB금융 자회사 사찰 논란 등으로 라응찬 신한 회장과 어윤대 KB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이들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당초 올해 증인으로 민주당은 KB금융 임영록 회장과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 우리금융 이순우 회장,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을 요청했으나 이건호 KB국민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양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순우 회장은 행장도 겸하고 있지만 회장으로 분류돼 부행장이 나서게 된 것.

이에 대해 민주당은 불만을 토로했다. 김기식 의원은 “정부기관이나 정부 산하 정책금융기관 못지않게 시중 4대 금융기관이 중요하고 금융지주회사 체제하에서는 사실상 금융지주와 금융지주의 회장이 은행장을 거의 부하 직원처럼 두고 시중은행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며 “지주회장이 지난 국감에 이어서 이렇게 단 한 명도 이번에도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의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의 말대로 지난해 국감에서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어윤대 회장, 이팔성 회장 등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었다. 여당측에서는 이에 대해 대통령 흠집내기 등으로 국감의 초점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로 회장들의 증인 채택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1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가 국감 시즌과 겹쳐 열리면서 국감 증인 채택 자체가 주된 의제로 올라가지 않았다. 당시 회장들은 ‘한국은행 총재를 보좌해 경제.금융계의 국제적인 행사인 IMF 총회에 참석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의 덕을 봤다.

올해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증인 채택 불발과 관련해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은 “하루 종일 그 많은 분들이 와서 대기하고 하다가 관련된 현안의 간단한 질문에 대답을 하고 하다 보면 그 시간에 대한 효율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융지주 회장 대신 은행장 등이 채택돼 있는데) 작년에도 보면 이슈들이 굉장히 자세한(디테일한) 부분들이 많이 나와서 오히려 실무자가 답변하기에 더 충실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국정감사 이슈가 '지주회사 은행경영 불간섭'이기 때문에 은행장들을 증인으로 선정한 것이 오히려 부적절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가 은행에 간섭한 사례가 있더라도 증인으로 나서는 은행장 입장에서 사실상 상급자인 회장의 부당한 지시였다고 말할 수 있겠냐는 것.

금융지주 회장들은 아무튼 증인 채택이 불발돼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안도하고 있다. 한 금융사 직원은 “회사나 그룹 최고경영자가 불려나가지만 않는다면 누가 나가든 미화직원이든, 경비직원이든, 말단 직원이 나가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생각들”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돌발 변수도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허인철 이마트 대표가 질의 답변 과정에서 모르쇠 답변으로 불성실 지적을 받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다음달 1일 국감에서 증인으로 돌발채택된 사례처럼 은행장들의 답변 여부에 따라 회장들이 다시 불려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