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법정관리 자충수될까..현재현 회장에 '부메랑'

개인피해자 법적기구 마련..금감원, CP 불완전판매 검사
동양증권 직원들 "CP판매 할당 있어..법정관리 철회해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가운데) © News1 박철중 기자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동양그룹이 동양시멘트 등 사정이 나은 계열사들까지 법정관리 신청대상에 포함시키는 해법을 내놓으면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구석에 몰리고 있다. 개인피해자들이 법적대응을 위해 조직을 구성하고 있으며 동양증권 임직원들 마저 집단적으로 그룹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비슷한 사례인 LIG건설 사태를 볼때 현 회장도 결국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사법처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피해를 입게 된 투자자들이 피해자 모임을 사단법인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들은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해 동양 계열사의 회생절차(법정관리) 과정에서 참여하면서 회생계획안에 개인투자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로 했다.

동양그룹이 은행권 채무가 아니라 CP나 기업어음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빌린 돈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피해자모임은 우선 4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동양그룹 계열사 법정관리의 부당성과 투자자의 피해 상황을 담은 연판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동양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개인 1010명이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칭)라는 명의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 동양시멘트 주식담보 CP 투자자들도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춘천지방법원에 탄원서를 낼 작업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주)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등 5개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는 모두 4만6000명, 금액으로는 2조3000억 원에 이른다.

개인투자자들은 동양그룹이 회사채와 CP 등을 계열 금융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판매하면서 부도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 회사들의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 등급에 해당했다.

현재 금감원도 동양증권이 동양 계열사 회사채와 CP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룹이 동양증권 직원들에게 물량을 강제로 할당해 판매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미 강제할당 판매에 대한 근거는 수면위로 드러났다. 2일 동양증권 임직원들은 성명을 내고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주)동양이 1570억원 어치를 발행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그룹 수뇌부가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이 없으니 투자자에게 적극 판매하라며 각 지점에 판매 물량을 강제할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양시멘트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으로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며 현 회장 측의 결정에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3일에는 200여명의 직원들이 서울 성북동 현재현 회장 자택을 항의 방문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할당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독려의 수준'이 좌우한다"며 "만약 모종의 위압을 가했다면 명백한 불완전 판매가 되며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구자원 LIG건설 회장의 징역형의 단초를 제공했던 소비자단체 금융소비자원도 동양그룹과 동양증권에 대해 회사채와 CP사기판매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금소원은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신고 건수가 이미 1만5000여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금소원은 추가로 동양그룹이 분식회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조사도 나섰으며 동양 사태에 대한 국민검사청구를 금감원에 하기로 했다.

검찰의 수사로 협의가 입증될 경우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구자원 LIG건설 회장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구 회장은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아 수감 중이다.

차이가 있다면 LIG건설의 경우 신용등급 하락 요인을 감추고 등급을 유지한 채 CP를 팔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불완전판매가 있었거나 동양증권을 통한 강제할당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정황 등이 나올 경우에는 위법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편 동양그룹은 '사기성 CP 발행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CP를 발행할 땐 회생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고 그룹이 무너질 걸 알면서 발행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khc@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