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까지 간 오너의 빗나간 父情

한때 우량기업 '한진피앤씨' 상장폐지 위기
돈빌려 아들 지분 늘리는 과정서 주가조작에 빠져들어
결국 이종상 회장 본인은 구속되고 회사는 상폐위기

필름과 인쇄 전문 업체로 삼성계열 회사의 우수 협력회사로 선정됐으며,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의 시장성장에 힘입어 각종 필름의 매출이 탄탄하다. 농심과 LG전자, 동서식품 등 대기업 제품들의 포장용 인쇄물을 만들어 안정적인 실적구조를 자랑한다.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2008년 리먼사태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도 별다른 재무적 악재 없이 잘 지나갔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바로 대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이 아들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주가조작에 욕심을 내면서 부터다. 한진피앤씨의 몰락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8월 말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한진피앤씨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종상(77) 대표이사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잘 나가던 회사가 주가조작의 수렁에 빠진 것은 대주주 이 회장의 빗나간 아들사랑이 원인이다. 사건은 지난 2011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씨의 아들 이수영 사장의 지분은 한진피앤씨가 상장한 이래 2011년 말까지 1% 수준으로 고정된 상황이었지만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지분을 급격히 늘렸다.

이 사장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식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양모씨 등 복수의 사람에게서 부친 이 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빌렸다.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잡히고 빌린 돈으로 아들의 지분확보에 나서자 이 회장은 담보가치 보전을 위해 주가의 하락을 막아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이 회장은 주가조작의 유혹에 빠져들고 말았다.

검찰발표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92회에 걸쳐 15만여주에 대한 가장·통정매매를 하고 2174회에 걸쳐 시세조종성 주문을 통해 한진피앤씨의 주가를 계속 끌어올렸다. 이 기간동안 한진피앤씨의 주가는 5270원에서 1만2200원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아들 이 사장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1%대였던 지분을 8%대로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주가조작으로 끌어올린 기업의 가치는 거품일 뿐이었다. 다시 회사의 주가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또 투자자들이 손실보전을 요구하자 회사자금 10억원을 빼돌려 이를 갚는 등 업무상 배임 및 횡령죄까지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게다가 결국 주가가 하락하면서 담보로 제공됐던 이 회장의 주식에 반대매매가 들어갔다. 50%가 넘던 이 회장의 지분은 순식간에 10%대로 떨어졌으며 오히려 이들 부자의 경영권이 크게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는 상장폐지의 기로에 서게 됐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한진피앤씨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종목의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한 상태다. 한진피앤씨는 최근 3년간 적자를 지속했다.

한진피앤씨의 한 투자자는 "이 회장의 구속으로 상장폐지에 대한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여 암담한 상태"라며 "거래소가 대주주의 개인적인 잘못보다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보고 판단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khc@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