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인도·브라질펀드..IMF 안가는 게 위안
루피화, 헤알화 급락으로 관련펀드 수익률 고전
경제불안하나 외환보유 넉넉해 IMF 갈 이유 없어
◇환율에 우는 인도·브라질 펀드..양국환율 3개월새 20% 안팎, 3년새 30%이상 올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운용 순자산이 10억원 넘는 인도·브라질 주식형 펀드는 20개다. 환위험을 헤지하지 않은 펀드들은 최근 3년간 최소 20% 이상 손실이 났고 1년 이하 단기수익률도 모두 마이너스다.
이중 'IBK인디아인프라A 펀드'의 3년 수익률은 -55%(19일 기준, 이하 동일)로 반토막났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이 -26%로 나올 정도로 손실이 단기에 집중됐다. 설정액 596억원의 '피델러티인디아자 종류A' 의 3년, 6개월 수익률은 각각 -24%, -8.9%이며 'KB인디아자A' 펀드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각각 -29%, -17.5%를 나타냈다.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자1(주식)종류A' 펀드의 3년 수익률도 -51.34%를 나타냈다.
브라질 펀드 가운데는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자 1(주식)종류A' 펀드가 3년, 6개월 수익률이 각각 -42.4%, -23.7%를 기록했다. 'JP모간브라질자(주식)A' 펀드는 같은 기간중 -30.1%, -19.1% 수익률을 시현했다.
수익률이 좋지 않다보니 설정액도 줄어드는 추세다. 브라질 펀드의 경우 2009년 4501억원에서 19일 현재 2568억원 수준으로 설정액이 줄었다. 인도 펀드 역시 같은 기간 1조6722억원에서 4979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인도·브라질 펀드 수익률 악화 원천은 대부분 인도통화 루피화와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평가절하 때문이다. 루피/달러환율은 지난 5월20일 달러당 54.9루피에서 이달 19일 63.7루피로 16% 가량 올랐다(루피 평가절하). 미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조기에 축소하려는 시도가 기폭제가 됐다. 19일 루피환율은 2010년 루피/달러환율 46.4루피에 비하면 37.3% 절하된 것이다. 이기간 인도펀드 손실이 거의 환율에 기인한 것임을 시사한다.
헤알/달러환율은 지난 5월20일 달러당 2.0헤알에서 이달 19일 2.4헤알로 20% 올랐다(평가절하). 2010년 6월말 1.8헤알에 비하면 33% 절하된 수치다.
인도 펀드의 경우 환헷지가 된 펀드가 신한BNPP봉쥬르인디아(H) 펀드 정도밖에 없어 현지통화 가치 하락의 피해가 크다. 신한BNPP봉쥬르인디아(H)의 3년 수익률은 -11.24%로 다른 펀드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낮다.
◇ 닮은 꼴 경제, 인도와 브라질
두나라 통화의 평가절하는 한때 경제성장의 젖줄이었던 외국자본이 빠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이동한데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서 풀어왔던(양적완화) 돈 규모를 줄이려고 하면서 이탈이 가속됐다.
인도와 브라질은 닮은 꼴 경제다. 경상수지적자, 재정적자 쌍둥이 적자속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 경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경제가 안정돼 있을때는 외자가 들어와 투자가 일고 자국통화가 평가절상되다가 경제가 불안해지면 유입된 외자가 빠져나가 환율과 물가가 오르고 고금리정책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금처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이 푸는 돈 규모를 줄이려고 하는 시점에는 외국자본 이탈이 더 심해져 경제에 주는 충격이 커진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 10년래 최저수준인 4.8%로 추락했다. 환율이 오르며 물가가 상승하고 이를 억누르기 위한 고금리 정책이 지속되면서다. 인도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9.47%까지 올랐다. 3개월만에 약 2%포인트 뛰었다.
브라질도 올 1분기 1.9% 성장에 그쳤다. 외자가 빠지면서 헤알화가 절하되며 고금리정책이 이어진 탓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들어 세차례 정책금리를 인상 기준금리가 8.5%에 이르렀다. 소비자물가 또한 억제 목표치인 6.5%를 지키기 쉽지않은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6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BBB)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인도·브라질, 외자 유출 불구하고 IMF 구제금융 가능성 낮다
그러나 인도, 브라질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IMF에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인도의 경우 외환보유액은 9일 현재 2786억달러로 외자이탈속에 줄어드는 추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그러나 1년내 갚아야하는 단기외채 비중이 외환보유액의 30% 수준에 불과해 외국 채권자들이 지불능력을 의심하고 상환러시를 이룰 가능성은 낮다. 우리나라를 포함, IMF로 손을 벌린 나라들은 모두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을 초과한 나라들이었다. 게다가 외국에 거주하는 인도인이 인도의 높은 이자와 환차익을 노리고 송금액을 늘리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인들이 본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690억달러다.
브라질 또한 외자이탈에도 불구하고 또한 IMF에 손을 벌려야할 이유는 없다. 총외채는 외환보유액의 110% 수준에 이르나 단기외채는 외환보유액 3700억달러의 11%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인도, 브라질이 극단적인 환란은 피해가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은 고민거리다. 투자전략을 담당하는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 투자자들의 냉정한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펀드리서치를 담당하는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팀장 역시 "외국인의 자금 이탈과 유동성 축소, 물가 인상 우려 등 이머징 국가들의 시장이나 통화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간 내에 인도나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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