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된 산업銀..재형저축도 고민
18년만에 부활한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을 둘러싸고도 말이 많다. 산업은행은 재형저축을 온라인상에서 가입하는 다이렉트상품으로 출시, 시중 은행보다 다소 높은 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은 역마진을 우려해 0.1%p 이자에도 벌벌 떠는데 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산업은행의 시장 교란 행위를 비난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할말은 있다. 산업은행은 정부 보증을 받는 특수은행이어서 몇 해 전까진 소매금융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소매금융에 뛰어든 후발주자로써 파격적인 조건 제시는 당연하다. 예금보다 채권(산금채)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수신비용은 여전히 적다. 점포수가 적어 판관비 지출도 적다. 시중은행보다 비싸게 예금을 받고 대출금리는 낮게 해줘도 역마진에 빠질 일이 없다.
은행들은 볼멘소리를 계속하고 있다.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보증을 받는 특수은행과 시중은행은 출발선이 다르다.
은행권은 시끄럽지만 소비자들에겐 좋은 소식이다.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비자들에겐 혜택이 돌아간다. 산업은행의 재형저축 출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많다.
◇공공의 적 산업은행..'시장교란 행위?'
6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홍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은 최근 기자들을 상대로한 교육프로그램에서 산업은행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산업은행이 리테일(소매금융)을 넓힌다는 명분 하에 역마진를 감내하면서까지 고금리를 제시하는 것은 시장 교란 행위다"고 지적했다.
또 "수신금리를 높이면서 덤핑 대출에 나서 빨리 망해야 하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을 양산하는 부작용도 나타내고 있다"며 "금융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이 지적한 것은 산업은행이 2011년 출시한 다이렉트 예금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1년 3월 다이렉트뱅킹을 출시, 시중은행에 비해 파격적인 예금금리를 제공했다. 수시입출금 예금은 연 3.5%, 정기예금은 연 4.5%의 금리를 제공했다. 당시 시중은행 수시입출금 예금 금리가 1%, 정기예금 금리가 4% 남짓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다이렉트뱅킹은 출시 첫해 2700억원 어치가 팔렸고 지금까지 9조원 어치가 팔렸다.
반면 산업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다소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기피하는 낮은 신용등급에 대해서도 비교적 폭넓은 대출 승인이 이뤄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중소기업 평균 대출 금리는 5.11% 수준이다. 특히 5% 미만 저금리 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의 50%에 육박한다. 대형 시중은행들은 5% 후반대 평균금리를 보이고 있으며 5% 미만 금리 비중도 30~40%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산업은행은 평균 5.12%, 5% 미만이 55%에 육박한 반면 시중은행은 6~8%대 금리를 받고 있다. 대출금리가 5% 미만인 비중도 20% 내외다.
◇産銀 시장 교란..고금리 예금은 역마진?
시중은행들은 산업은행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금리 예금은 역마진 구조란 주장이다.
감사원은 이같은 시중은행의 지적에 따라 감사를 벌였다. 일부 고금리 예금의 문제점도 적발했다.
감사원은 최근 산업은행 감사 결과 다이렉크뱅킹이 예금보험료를 지출항목으로 책정하지 않아 비용을 잘못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감사 결과를 산업은행에 전달, 시정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진행된 금융감독원의 다이렉트뱅킹 조사에선 역마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産銀의 항변..순이자마진 예년 수준
산업은행은 역마진 논란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예금보험료 항목을 해당 상품 비용에서 처리하지 않았을 뿐 재무제표상 영업외 비용으로 상계했다"며 "상품 설계상 문제일 뿐 '역마진'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역마진은 대출금리가 예금금리(관련 비용)보다 낮아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를 말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에도 약 1.5% 내외의 순이자마진(NIM)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금리 예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익을 냈다.
조달 자금 중 산금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것이 주효했다. 산업은행은 전체 자금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45조~50조원 가량을 산금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다. 산금채 발행 금리는 2%대다. 반면 예금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약 9조원 수준이다. 최근 다이렉트정기예금 금리도 3.65%로 낮춘 상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금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시중은행보다 낮은 조달금리를 보인다"며 "역마진이라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역전돼야 하는데 이런 상황은 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재형저축 출시 임박..시중은행긴장
시중은행의 관심은 오는 20일 출시할 산업은행의 재형저축이다. 6일부터 재형저축을 판매하기 시작한 시중은행들은 4.0~4.6%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대금리를 제외하면 3.4~4.3%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재형저축을 다이렉트상품으로 출시하고 우대금리 없이 기본금리만 제공할 예정이다. 기본금리만으로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이렉트뱅킹의 돌풍이 재형저축에서도 재연될지 은행들의 관심이 높다.
산은 관계자는 "민영화 및 IPO(기업공개) 등을 준비하고 있어 소매금융을 더 확대해야 한다"며 "은행 수익구조를 유지하면서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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