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래핑 차단' 일단 1년 벌었지만…금융권, 대안 마련 '발등의 불'
대법원, 스크래핑 차단 유예 신청 받아…기업 명단 공개
금융권 "정부 시스템과 연계해야 대체 수단 개발 가능"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대법원이 스크래핑 차단 유예를 신청한 기관들에 한해 대체수단을 마련할 기간을 1년 부여했다. 금융권은 1년 후에도 지금처럼 가족관계증명서 등 금융거래에 필요한 서류를 확보할 수 있으려면 스크래핑을 제외한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 해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금융권은 필요한 정보를 보유한 공공기관들의 공공마이데이터 또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제공 계획 등 관련 서비스 계획이 구체화한 후에 시스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라 1년 안에 대체 수단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카드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금융권 기업은 대법원에서 부여한 스크래핑 차단 유예 기간인 1년 이내에 스크래핑을 대체할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일부 기업은 여러 부서를 모아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스크래핑은 인터넷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를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추출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비대면 대출 심사 과정에서 고객의 동의를 받아 가족관계등록시스템에 접속해 가족관계증명서 등 필요한 정보를 가져오는 데 스크래핑을 활용해 왔다.
대법원은 스크래핑이 개인정보보호법상 위배된다는 이유로 스크래핑 차단을 통보했는데, 금융권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우선 해당 조치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기업들은 대법원에 스크래핑 차단을 유예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말까지 신청을 받은 대법원은 스크래핑 차단 유예를 신청한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한시적 유예 신청기관들은 1년 이내에 공공 마이데이터 확대, 전자문서지갑 등 대체수단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권에선 대법원이 먼저 스크래핑 차단 유예 결정에 따른 세부 지침을 구체화해야 대체 수단과 시스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법원에서 대체수단의 예시로 제시한 공공 마이데이터 확대, 전자문서지갑 등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각 공공기관 시스템과 연계하는 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기업에서 아무리 전산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정부가 개발한 API를 연계해 서류를 가져와야 한다"며 "API 개발이 안 된 상태에서 스크래핑 차단이 이뤄지면 고객이 직접 서류를 떼서 제출하는 절차가 필요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일단은 공공 마이데이터 등 스크래핑을 대신할 수단이 대안으로 나오고 활용돼야 기업들도 이에 맞춰 전산 개발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 또는 공공기관 차원에서의 시스템 구현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API나 공공 마이데이터 서비스 구현까지 어느 정도의 시기가 걸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금융거래에 필요한 서류는 비단 대법원에서 발행하는 가족관계증명서에 국한되지 않고 워낙 많기 때문에, 이를 보유한 각 공공기관 모두 준비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1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우려가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개인정보 노출 등의 단점을 보유한 스크래핑이 아니더라도 고객들이 직접 서류를 떼오는 불편함을 덜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정부에서 이를 허용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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