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CEO 장기 연임 허들 높아진다…금감원 "주주 견제 강화"
'적정 임기정책' 도입 논의…CEO·이사진 장기동행도 막는다
CEO 선임 절차 조기 가동 유도…이사 평가 외부기관 일임 추진
-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은행지주·은행(은행권) 대표이사(CEO)의 장기 연임에 대한 주주들의 평가 반영 등 검증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CEO와 이사진이 함께 장기 연임하며 이사회의 독립성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들에 대한 '적정 임기정책' 도입도 추진한다.
김병칠 금감원 은행·중소금융 담당 부원장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선진화 성과와 향후 계획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2023년 은행권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 30개 핵심 원칙을 골자로 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도입한 바 있다.
이후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으로 경영 승계 절차가 구체화하고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과 독립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 등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절차적 정당성을 준수해 위규를 범하지는 않았지만 제도 도입의 취지를 감안했을 때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고 향후 보완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보완 내용은 △포괄적 경영 승계 프로그램 조기 가동 △장기 연임 CEO에 대한 검증 절차 강화 △CEO·이사 평가 시 외부 기관 활용 확대 △모범관행 내 디지털 거버넌스 반영 △소위원회 및 개별 이사 소통 방안 마련 등 5가지다.
먼저 금감원은 은행권 CEO 후보군의 발굴·육성·평가·선정을 아우르는 포괄적 승계 절차를 보다 조기에 가동하고 이를 최종 후보 선정 절차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승계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은행권은 모범관행 도입으로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후보군을 조기에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미흡하고 최종 선정 절차와의 연계성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CEO 임기 초부터 후임 승계 절차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특히 김 부원장은 "모범관행 도입 이후 일부 금융지주 CEO 선임 과정에서 모범관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규범화된 내용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모범관행이 추구하고자 하는 근본적 취지에 비춰봤을 때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은 CEO 장기 연임의 적정성에 대해 주주가 실질적으로 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절차의 필요성을 금융권과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한 예로 CEO의 장기연임 안건을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의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도 우리금융지주 등의 일부 기업들은 대표이사 3연임 안건에 대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일반결의는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금감원은 금융사 CEO가 장기 연임할 경우 CEO와 동일 이사진이 장기간 임기를 공유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이사에 대한 적정 임기정책 마련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사의 적정 임기정책에는 시차임기제, 임기 차등 부여, 사외이사 임기 만료 및 신규 선임 시 역량진단표(BSM) 연계 평가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CEO·사외이사 후보군의 전문성 평가 및 이사회·개별 이사의 성과 평가 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기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가 제시한 외부 기관 활용 평가 방법론을 분석해 은행권과 공유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금감원은 최근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디지털 관련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해 디지털 거버넌스 관련 내용을 모범관행에 반영할 계획이다. 디지털 거버넌스란 금융회사가 AI, 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기 위해 내부에 마련하는 관리 체계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금감원은 은행지주·은행 이사회의 소위원회 간 간담회, 전문 분야별 개별 이사 면담 등을 통해 이사회와 다양한 소통 채널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부원장은 "지배 구조는 개별 회사별 특성과 경영 전략들을 감안하여 마련되어야 되기 때문에 법규로 획일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개선 과제들은 앞으로 금융권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서 개선 방향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최근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정권교체 시 반복되는 은행권 CEO에 대한 외풍 우려 예방책'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부원장은 "3년간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절차적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선임·연임 과정들이 잘 관리 되어 왔다"며 제도 보완으로 앞으로도 관리가 잘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금감원은 2023년 12월 은행권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4개 테마, 30개 원칙으로 구성된 모범관행을 도입하고 각 금융사가 이를 자율적으로 내규에 반영하도록 유도해 왔다.
금감원은 이런 노력의 결과로 △CEO 경영 승계 절차 체계화 △이사회 구성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BSM 도입 △사외이사 평가 시 외부 기관 활용 확대 △사외이사 전담 지원 조직을 통한 지원 체계 확립 등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더불어 금감원은 2023년부터 감독당국과 이사회 간 52회 걸쳐 정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내부 통제 강화, 소비자 보호, 자본 관리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인식 제고 효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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