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원점 재검토'…무슨 뜻이죠?[강은성의 뉴스1픽]

지난해 10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08. News1 ⓒ News1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윤주경 의원은 지난 10월26일 금융당국 국정 종합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개미의 의심이 사실이 된 '글로벌IB(투자금융회사)의 불법공매도' 사건이 발단입니다. 공매도 제도 자체가 개미의 신뢰를 잃었다며 전면중단을 하자는 것이 두 윤 의원의 제안이었죠.

김주현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동안 공매도 제도개선을 한다고 노력했지만 글로벌 IB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고 개인투자자들이 우리 주식시장에 대해 상당히 신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저도 이해를 하게 됐다"면서 "원점에서 필요한 모든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뉴스1>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나오자 감사 진행중임에도 즉시 당국 실무진에 위원장 발언의 '진의'를 확인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위원장님이 공매도 전면 금지에 긍정하신 것으로 봐도 됩니까? 공매도 중단을 검토한다고 봐야합니까?"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당국자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원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입니다. 또 다른 당국자는 "국회다보니 중립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이해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뉴스1>은 당국자의 발언과 그간 김주현 위원장의 스탠스(방향)로 미루어 김 위원장이 공매도 전면금지 요구 자체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고, 공매도 제도 자체에 대해선 현재까지 정부의 개선노력이 국민에게 미흡했다고 느껴질 수 있기에 제도 개선에 대한 것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이후 여러 언론에서는 '금융위, 공매도 전면금지 검토'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추진되고 있다는 인용구도 들어갔습니다.

이런 언론보도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명을 했습니다. 금융위는 10월27일 저녁 출입기자들에게 '공매도 한시적 금지는 사실과 다릅니다'라는 보도설명' 자료를 내고 "공매도 금지 추진은 사실과 다르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며 직접적으로 부인했습니다.

그럼에도 31일까지 '공매도 전면금지 급물살'이라는 기사는 여전히 나옵니다. 이제는 당국의 실제 의지와는 별개로 여론에선 전면금지 추진이 '대세'가 되어가는 모양새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전면금지 추진이 아니라고 재차 부인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작년에도 지독한 고초를 겪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기자는 금융위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확성기를 메고 "야 이 금융위 개XX들아. 밥이 목구멍으로 X 넘어가냐. 공매도나 금지해라 XXX들아"라는 거친 욕설의 1인 시위를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금융위에는 '전화폭탄'이 쏟아졌습니다. 금융위 직원들은 '도저히 업무를 할 수가 없는 수준'이라며 전화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공매도 전면금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하는 순간 개미들의 분노가 금융위로 집중될 것이 자명해 현재는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깁니다.

하지만 이런식의 무대응은 개인의 공매도에 대한 무차별적 분노를 오히려 부추기기만 할 것 같아 우려된다는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비율이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증시에선 결국 개인투자자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국가 경제를 위해, 더 나아가 우리증시에 참여한 투자자들을 위해 "공매도는 꼭 필요하다"는 소신을 당국이 갖고 있다면 돌팔매를 맞더라도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그들이 해야할 일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정치인들과 달리 '공매도 전면 금지'를 무턱대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이죠. 투명하고 합리적인 공매도는 우리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공매도 제도는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최우선 사항은 공매도 '상환기한'입니다.

우선 당국은 공매도가 개인과 기관을 차별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해소하고자 몇차례 공매도 제도개선을 통해 개인이 빌린 주식(대주) 상환기한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늘렸습니다.

현재 개인의 공매도 대주 상환기한은 90일인데, 원한다면 추가 90일씩 '연장신청'을 할 수 있도록 지난 2021년에 제도를 개선습니다. 연장신청 횟수에 제한은 없습니다. 사실상 개인도 무기한 공매도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기관은 공매도 상환기한에 제한이 없는 대신 주식 상환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되갚아야 하지만, 개인은 상환기한 내에는 빌린 주식을 되갚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개인은 자신의 상환기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관의 '상환기한'을 제한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본력과 정보력이 개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기관이 90일 이내에 반드시 주식을 상환하도록 강제해 달라는 것이죠.

이번에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김주현 위원장의 발언에 이런 부분이 포함될 지 관심입니다.

대주를 위한 '담보비율'도 개인과 기관을 통일하라고 요구합니다. 현재 개인은 140%부터 담보비율이 적용되는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105%부터 유동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자본력이 막강한 외국인과 기관이 오히려 적은 담보로 공매도를 치니 개인은 시장에서 반드시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외국인의 담보 비율을 개인과 동일한 140%로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중입니다.

이에 대해 당국은 개인의 담보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이 역시 개인은 "담보비율을 낮추고 기한을 연장하는 것은 개인을 빚투의 수렁으로 밀어넣는 것"이라며 "개인을 완화할 것이 아니라 기관의 조건을 제한하고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가장 큰 요구사항은 공매도 거래의 실시간 전산시스템 구축입니다. 공매도를 위한 대주와 거래 등을 전산시스템을 통해 하도록 함으로써 불법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자는 것이죠.

이는 우리나라 증시 거래와 상관없는 전세계 모든 기관의 공매도 거래를 통제하지 않는 이상 전산시스템 구축은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김주현 위원장의 '원점재검토'가 개인의 요구를 어디까지 해소하고 어디까지 수용할 지 무게감이 더욱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