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와의 전쟁' 선포한 정부…범죄수익 2배 과징금 물린다(종합)
불법 수익 산정도 법제화…"경제 제재 강화해 범죄 억제"
금융수장들 "주가조작 사태 방지 못해 국민께 송구" 사과도
-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정부가 '증권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형사처벌 외 '경제 제재'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주가조작이나 무차입 불법공매도, 시세조종 등 증권범죄를 저질러도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수위로 인해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경제 제재를 강화하게 되면 범죄수익 환수 외에도 범죄 세력에게 금전적으로 막대한 불이익을 줄 수 있어 범죄 억제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불법 수익 산정도 법제화…"경제 제재 강화해 범죄 억제"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서울남부지검은 공동으로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를 개최하고 주가조작과 같은 증권범죄 처벌 강화 및 감시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우선 그간 형사처벌 중심의 제재에서 과징금 부과 등 '경제 제재'를 확대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범죄자들은 (주가조작 등으로) 막대한 돈을 갈취하고 설령 적발돼 처벌을 받아도 그 형량이 너무 약해 '몇년만 버티자'는 식의 한탕주의가 있었다"면서 "경제적 제재를 크게 강화한다면 이런 범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3대 불공정거래'는 형사처벌만 가능하다. 그마저도 형사처벌에 대해 우리 사법당국이 적용하는 엄격한 '입증책임'으로 인해 수사와 처벌에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에 증거가 증거가 인멸되는 등 범죄행위 입증이 쉽지 않아 엄한 처벌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수십억원 규모 주가조작, 시세조종을 저질러도 집행유예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에 국회와 금융위는 3대 불공정거래로 적발될 경우 부당이득금액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신설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2020년9월 발의했다.
현행법상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이 따로 없어 부당이득액이 정확히 산정되지 않았던 관행도 법률에 명시해 개선하기로 했다.
부당이득의 경우 총수입에서 총 비용을 뺀 것으로 자본시장법에 명시한다. 즉 주가조작이나 불법공매도 등 불법 거래로 발생한 총 수입에서 그 거래를 위한 총 비용을 공제한 차액을 '부당이득'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증권범죄로 인한 부당이득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신속하고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최장 10년 자본시장 거래 제한,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 주가조작 혐의계좌에 대한 동결 조치(freeze) 등 추가 제재강화 방안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법률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여했던 전문가도 "국회가 자본시장법을 빠르게 처리해 경제 제재를 크게 강화했다면 이번 라덕연 일당처럼 대범하고 뻔뻔한 증권범죄는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국회 법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연내 법안 처리를 완수하겠다는 목표다. 국회도 법안 처리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정직한 서민 투자자와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아가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하며 "관계기관과 함께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불공정거래 척결을 집중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범죄와 전쟁 선포…수사 범위 크게 확대
금융감독원은 현행 제보 중심의 불공정거래 동향 모니터링 체계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지능화된 불공정거래 행위를 사전에 효과적으로 포착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정보수집 기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불공정거래 정보수집 전담부서 신설, 온라인 정보수집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법 행위에 엄정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금융당국과 검찰은 시장 교란 세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면서 "(검찰 출신인)제가 취임하게 된 주된 배경도 불공정거래 근절이었고 임명권자(윤석열 대통령)도 이 부분을 정책적으로 상당히 강조를 했기 때문에 저의 거취를 건다는 그런 책임감을 갖고 올해 중점 정책사항으로 시장교란 세력에 대한 엄정조사와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장기 주가조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장감시 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이상거래시스템 전반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주가 급락 사태를 계기로 불공정거래 적발 체계상 부족했던 부분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며 "향후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감시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유관기관 수사·조사 적극 지원, 시장감시 기준 및 심리기법 고도화, 시장감시 활용 정보 확대 등 제반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차액결제거래(CFD) 특별점검단(TF)을 운영해 CFD 관련 전 계좌에 대한 불공정거래 여부를 집중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상거래 매매분석 기법 다양화, 장기 불공정거래의 조기포착을 위해 중장기에 특화한 이상거래 적출기준 신설 등 시장감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불공정거래 제보·첩보활동 강화, CFD 계좌내역의 상시 확보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검찰은 최근 시세조종 등 증권범죄 수사 건수가 감소한 것이 결국 전 문재인 정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한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증권범죄 근절을 천명한 만큼 관련 수사 속도를 높이고 엄정한 법집행을 이어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양석조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은 "자본시장 범죄 대응은 골든타임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유관기관간 체계적인 정보공유, 신속한 대응 시스템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검사장은 특히 "불공정거래에 상응하는 엄정한 법집행에서 더 나아가, 불법수익을 끝까지 추적하고 환수해 범죄자들이 더 이상 자본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대 불공정거래 사범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도록 하고, 경미한 불공정거래 사범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 등 유관기관간 긴밀한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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