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잡는 비밀 병기?…'대환대출 인프라' 대체 뭐길래
영업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 통해 '원스톱' 대출 갈아타기…5월 출시
연말부터는 주택담보대출도 대환 된다…은행권 금리 경쟁 예고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 지난해 모 은행에서 연 5%에 신용대출 3000만원을 받은 직장인 A씨. 신문 기사를 보니 요즘 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가 3%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술도 줄여가며 꼬박꼬박 이자를 내고 있는데…." 괜히 억울해졌다.
그러던 그에게 동료 B씨가 "대출 쇼핑몰 알려줄게"라며 한 핀테크 플랫폼을 소개해준다. 본인 조건에 맞는 대출 상품을 조회해보고, 더 낮은 금리를 주는 대출이 있다면 바로 갈아탈 수 있다고 한다. 그길로 플랫폼에 가입한 A씨. 대출을 갈아타면서 무려 40만원의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체제를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할 카드로 '대환대출 인프라' 띄우기에 나섰다. 그간 성역으로 여겨졌던 주택담보대출까지 대환대출 인프라에 탑재하겠다며 은행권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대환대출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당국의 구상대로 금리 경쟁이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일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5월 시행될 예정인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현황을 점검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대환대출 인프라는 대출비교플랫폼과 함께 국민의 금리부담 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인 만큼, 차질 없는 시행과 함께 참여기관 확대·수수료 합리화 등 추가적인 소비자 편익제고에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세요" 5월부터 대출 쇼핑몰 열린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대출 상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교해 보고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금리상승기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당국 주도로 추진 중인 사업으로, 올해 5월부터 신용대출에 한해 시범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기본적인 구조는 비대면으로 기존 대출금 상환·신규 대출 실행이 이뤄지도록 하는 금융결제원의 '대출 이동 시스템'과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을 한데 모아 비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출 중개 플랫폼'이 합쳐진 형태다.
금융결제원의 대출 이동 시스템에는 19개 은행·18개 저축은행·7개 카드사·9개 캐피탈사 등 총 53개 금융회사가 참여한다. 여기에 '대출 중개 플랫폼'을 운영 중인 핀테크 업체가 이들 금융회사와 개별적으로 제휴를 맺어 대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대환대출 인프라가 가동되면 대출자들은 은행을 방문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현재는 대출을 갈아타려면 차주가 직접 A은행 영업점으로부터 원리금 확인서류를 받아 B은행 영업점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B은행 영업점이 A은행 영업점을 찾아 차주의 대출을 상환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금융회사는 플랫폼에 중도상환수수수료 정보와 상환 가능 여부를 파악할 정보도 제공하기로 했다. 압류 중인 채권이나 연체자는 비대면 대환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자는 대환 시 아낄 수 있는 이자 비용 등을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A은행 대출을 선택했을 경우를 예로 들면 "A은행 신용대출로 갈아타면 연간 40만원의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는 안내를 받게 된다.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보유한 업체들이 플랫폼을 구축하는 만큼, 특색있는 마케팅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빅테크 종속을 우려하는 금융권을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에도 대출 중개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금융업권에선 신한은행·카카오뱅크·신한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하나카드·현대캐피탈·BC카드·웰컴저축은행·키움증권 등 10개사가 대출 중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여기에 깃플·나이스평가정보·네이버파이낸셜·뱅크샐러드·카카오페이·토스·팀윙크·페이코·핀다·핀크·한국신용데이터·해빗팩토리·SK플래닛 등 핀테크 플랫폼 13개사를 더해 총 23개 플랫폼이 올해 가동될 예정이다.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주요 쟁점이었던 플랫폼 수수료 문제도 매듭이 풀리는 모습이다. 모 핀테크 플랫폼은 저축은행 신용대출 중개수수료 상한을 2.0%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또 다른 플랫폼은 은행 대비 저축은행 중개수수료 최고수준을 기존 1.7배에서 1.3배로 조정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 많아짐에 따라, 중개 수수료가 1% 초반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연말부터 주택담보대출도 갈아탄다…은행권 금리 전쟁 예고
대환대출 인프라 가동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금융권은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언제든 타 금융회사에 고객을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인프라'를 경쟁 활성화 카드로 꼽은 이유다.
12월부터는 주택담보대출도 대환대출 플랫폼에 들어선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대출금의 규모가 크고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간편한 대출 이동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여 금리 경쟁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중심의 대환대출 인프라 정착이 먼저"라며 주택담보대출 탑재에 대해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 돈 잔치를 지적하며 경쟁을 촉진할 방법을 찾으라고 금융당국에 지시하자, 대환대출 인프라가 경쟁 활성화 방안으로 급부상했다. 이미 틀이 갖춰졌다는 점에서 발전시키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대환대출 인프라에 포함되면 대출자들이 이용할 유인이 더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 1053조원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약 800조원(76%)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이 대환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금융권의 금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에 비해 규모가 크고 담보가 있는 안전 자산이라,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만큼은 지키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 가동이 공식화되면서 결국 주택담보대출도 플랫폼에 탑재하게 될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다"며 "결국 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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