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의 뉴스1픽] 80조 손실낸 국민연금, KT 주식 왜 팔았을까?

연초 550만주 매도…3만원선 무너지며 52주 신저가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노후의 삶을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많은 국민들은 팍팍한 살림을 쪼개 '국민연금'을 납부합니다. 언론에서 '00년 후엔 국민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심장이 죄어 오는 것 같지만,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라며 애써 자기 최면을 걸어봅니다.

그런 직장인,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암울한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무려 80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손실은 총 79조6000억원, 마이너스(-) 8.22%였습니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시작된 이래 가장 부진한 수치입니다. 948조원 규모였던 기금은 890조원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손실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는 국내 주식 수익률이 22.76%나 하락한 것이 꼽힙니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대비 25% 가량 하락한 것에 비하면 국민연금의 하락률은 그나마 덜 하니 위안이라고 해야할까요.

◇'우영우' 힘입어 올랐던 KT, 상승분 반납

2022년에 KT(030200) 주가는 3만350원으로 출발했지만 '우영우 신드롬'으로 대표되는 콘텐츠 사업 부문 확대와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사업 등 '디지코' 전략이 먹혀들어가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8월23일엔 장중 3만9300원까지 오르면서 연초대비 29.49%나 급등했습니다. 시가총액 10조원도 가뿐하게 돌파했습니다. 연간 매출액만 25조원이 넘는 KT가 시가총액 10조원을 간신히 넘어섰다는 사실에 시장은 놀라기도 했지만, 그만큼 저평가 됐던 기업가치가 더욱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습니다.

증권가에서 '통신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애널리스트들도 최선호주(톱픽)로 KT를 점찍으며 "꼬마빌딩 사지 말고 (배당도 많고 주가 상승률도 가파른) KT를 사라"고 적극 추천했습니다.

이 기간 국민연금의 KT 지분 수익률도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2022년 8월31일 기준) 국민연금은 KT 지분을 10.87%, 2838만6626주나 보유하고 있었는데, 단순 계산만으로도 연초 8615억3410만원이던 자산이 8월엔 1조1155억9440만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물론 국민연금은 KT가 민영화 된 이후 줄곧 '최대주주'로서 5~8% 가량의 지분을 꾸준히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10년간 KT는 2만5000원선 '박스권'을 뚫지 못했고, 지난 2020년 코로나19 폭락장 때는 1만7000원대까지 급락하면서 '바닥'을 친 적이 있습니다. 즉 장기 투자자로서 수익률은 더 높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입니다.

같은 2022년에 국민연금이 보유했던 삼성전자(005930)(-29.6%), 네이버(035420)(-52.8%), 카카오(035720)(-53.6%), SK하이닉스(000660)(-41.6%) 등 국내 대형종목의 처참한 수익률을 KT가 상당부분 메꾼 셈입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들이 2022년에 가장 많이 매집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13.8%), 신한지주(055550)(-5.5%), 셀트리온(068270)(-19.1%), 한진칼(180640)(-39.8%) 등을 봐도 어느 종목 하나 '수익'을 낸 종목이 없습니다.

구현모 KT 대표가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둘째 날인 28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협업(Co-Creation)을 위한 시간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2.2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압박한다' 여론 부담됐나…연초 550만주 매도

국민연금은 지난 연말부터 2월까지 최근들어 KT 주식 총 548만2260주를 장내매도 방식으로 매도했습니다.

국민연금이 일괄 공시한 지분변동내역에 따르면 2월3일까지 275만8800주, 이후 2월6일부터 27일까지 272만3460주를 매도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기간 KT 주가는 국민연금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장중 2만9800원까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52주 신저가입니다. 지난해 하락장 속에서도 30% 수준의 경이로운 상승률을 보였지만 결국 지난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KT 주가 '누르기'를 했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당시 구현모 KT 대표는 차기 CEO 후보로 추대(연임)되면서 주요 공적으로 사업다각화와 기업가치 증대(주가 부양) 등을 내세웠습니다. 국민연금은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보니 KT 주가가 높은 상황에선 반대의 명분이 옹색해진 셈이죠.

◇주주권익 내세웠지만, 주주-연금가입자 모두 눈물

국민의 노후자금을 기반으로 어떤 기관보다 보수적이며 신중하게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어떤 목적' 때문에 기업의 주가를 일부러 하락시킨다거나, 가뜩이나 손실이 큰 운용 실적에 흙탕물을 튀기는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구현모 대표의 KT CEO 연임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것이 '주주권익'이었다는 점을 복기하면 그 결과는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KT와 같은 소유분산 기업들의 CEO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투명한 기준의 절차에 따라 (선발과 임명이) 이뤄져야 (임명과정에서) 불공정 경쟁, 셀프 연임, 황제연임과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주주가치 극대화에도 부합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었습니다.

결국 KT 주가는 작년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고 KT 주주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손실 부메랑은 국민연금 수익률도 강타했습니다. KT 주식을 직접 산 투자자 외에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에게도 손실을 끼친 셈입니다.

앞서 '꼬마빌딩보다 KT를 사라'고 외쳤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톱픽 추천을 철회한다"면서 "과거 반복됐던 KT CEO 리스크가 또 다시 부활하면서 당분간 KT 주가는 변동성이 커지고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비중 축소를 권한다"며 사실상 매도 의견을 냈습니다.

결과적으로 KT 주주의 권익은 심각하게 훼손됐습니다. 국민연금은 대체 무얼 얻고자 했던 것일까요.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이 지난해 -8.22%를 기록하며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3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2023.3.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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