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스트 윤지호 센터장 "굳이 三電? 차라리 현대차…가치주가 답"
[센터장 인터뷰]코스피 올해는 '박스권'…상단 뚫을 '재료' 많지 않아
삼성전자 등 성장주 조급한 추격매수 지양해야…이미 갖고 있다면 보유
-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고 하는데, 내 종목은 오르지도 않고 횡보하거나 오히려 10~20%씩 빠진 경우도 많지요? (코스피) 지수와 자신의 종목을 동일시하는 착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올해까지 코스피는 '박스권'을 유지할 것이고, 상단을 뚫을 재료가 많지 않아요. 지수보다 수익률이 낮다면 투자방향을 재정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 이렇게 말하면 또 욕 엄청 먹을텐데…'라고 엄살 섞인 푸념을 하면서도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침이 없었다.
국내 대다수 증권사들은 올해 연간 지수 전망을 하면서 입을 모아 '대세상승'을 예측했다. 일부 '조정 기간'이나 지수상승 폭에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인 견해는 '상승'이다. 최대 3600까지 간다고 전망하는 증권사도 있다.
하지만 윤 센터장은 지난 연말부터 줄곧 올해 코스피는 3200을 넘나드는 '박스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3250선을 넘나들 때도 윤 센터장은 전망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성장주는 추가 상승 동력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가치주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실적이 매우 강해 이를 뚫을 수 있다고 보는 하우스(증권사 리서치센터)도 많은데, 이미 실적은 지수에 선반영돼 있다"고 단언했다.
윤 센터장의 관측은 연초 강세장에서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보란듯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네이버, 카카오 등이 연일 신고가를 쓰며 거침없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이 다 지나가는 현재, 그의 관측은 그대로 들어맞고 있다. 동학개미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은 삼성전자·네이버는 보합권에 머무르거나 오히려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고점에 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사이 코스피를 끌어올린 것은 '가치주'였다.
◇6월에 더 큰 '인플레 충격' 올 수도…테이퍼링 논의도 본격화
윤 센터장은 최근 코스피에 큰 충격을 줬던 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가 6월에 더 크게 찾아올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이 최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 3.6%를 크게 웃도는 4.3%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미국 뉴욕시장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1.7%까지 치솟았다. 코스피도 외국인의 대거 이탈과 함께 10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그런데 6월엔 이보다 더 높은 CPI가 나올 것이라고 윤 센터장은 전망했다.
그는 "CPI에 선행하는 것이 생산자물가지수(PPI)인데, PPI 지수와 CPI가 연동되는 현상이 최근 반복되고 있다"며 "지난 4월에도 PPI가 4% 이상으로 나왔고 CPI도 이 흐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5월 PPI 상승률이 이미 전년대비 6%를 찍은 상황이다.
6월이나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규모 축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윤 센터장이 박스피(일정한 폭 안에서만 지속적으로 주가가 오르내리는 코스피)를 예상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제임스 블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백신 접종률이 75%에 도달하면 테이퍼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시기를 6월이나 9월 FOMC로 보는 것이다.
미국의 테이퍼링 논의는 정작 미국 시장보다 신흥국 증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코스피만 하더라도 외국인 자금 유출이 더 거세질 수 있다.
기업의 '호실적'도 추가 상승 재료가 되기는 어렵다는 게 윤 센터장의 시각이다.
에프엔가이드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1분기에 코스피 기업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은 맞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100이었다면 실제 영업익은 111, 순이익은 170 수준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가 다수를 이뤘다.
문제는 2분기 이후에도 기업 실적이 이같은 '놀라움'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2분기부터는 기업이 호실적을 내더라도 시장은 놀라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피크아웃'(기업의 실적이나 주가가 정점을 지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윤 센터장은 봤다.
◇"7만전자가 싸다고요? PBR 2배"…자동차·서비스, 가치주로 눈 돌릴때
투자자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윤 센터장의 답은 쉽고도 어려웠다. "싼 종목 사세요. 그럼 됩니다."
우량기업이면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을 사라는 것이다.
현재 이런 종목은 대부분 '가치주'다. 윤 센터장은 자동차와 서비스(호텔, 여행, 외식 등) 두가지 업종을 추천했다. 이 업종이 현재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아 '싼 종목'에 속하며 내년 이후에도 경기회복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라는 것이 윤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라는 미래 성장성까지 담고 있기 때문에 적극 추천한다"면서 "(이런말 하면 또 욕먹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굳이 고른다면 삼성전자보다는 현대자동차를 담는 것이 낫다"고 소신을 밝혔다.
윤 센터장은 다시 한번 '욕 먹을 각오'를 다지며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동학개미가 가장 많이 산 주식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이 회사의 소액주주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월 초 9만6000원까지 반짝 상승한 이후 이내 8만원대 중반으로 내려와 5개월째 횡보중이다. 최근엔 인플레이션 공포로 7만전자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윤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비싸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연초 PBR(주가수익비율)이 1.98배였다. 삼성전자의 PBR이 2배를 넘었던 것은 2002년 IT버블과 2013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정도인데, 이때 삼성전자의 ROE(자기자본이익율)는 20%가 넘었다. 지금 ROE는 13%다. 결국 삼성전자의 적정 가격은 ROE가 더 올라오고 PBR이 더 내려갔을때, 적정가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인터넷·게임주나 2차전지 소재주 등도 마찬가지다. 막연히 '저점'이라 판단해 섣부르게 추격매수에 나설 것이 아니라 가치주 비중을 늘리고 기존에 보유한 성장주와 무게추를 맞추는 '바벨' 전략이 필요다고 윤 센터장은 조언했다.
다만 기존에 보유한 성장주 종목은 장기적으로는 상승이 확실한 만큼 일희일비 하지 말고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아울러 가치주를 추가 매수할 여유자금이 없다면, 적어도 6월까지는 관망하는 것이 낫다고 윤 센터장은 강조했다. 그는 "6월이나 7월 이후 좋은 종목의 가격이 하락해 추가 매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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