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TF 탄 '시총 9위' 지캐시, 韓 거래 불가…5년 된 상장 기준 '도마 위'

패러다임·그레이스케일이 밀어주는 지캐시…국내 거래소에선 5년 전 퇴출
이제는 감사기관에 거래내역 제공 가능…"기술 발전 따라 상장 기준 손봐야"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코인' 지캐시(ZEC)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며 시가총액 기준 10위권에 진입했지만 국내 거래소에서는 거래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프라이버시 코인이란 블록체인 상 거래에서 송금인, 수취인, 거래 금액 등의 정보를 암호화 기술로 숨겨 익명성을 보장하는 기능이 있는 가상자산을 말한다.

국내에서 자금세탁 위험을 이유로 프라이버시 코인의 취급이 금지된 지 5년이 지난 가운데, 기술 발전을 반영해 상장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패러다임·그레이스케일 '밀어주기'…프라이버시 코인 지캐시, 시총 9위 안착

22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캐시는 시가총액 약 250억 달러 규모로 전체 가상자산 중 9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가격 상승률도 30%를 웃돈다.

최근 가상자산 투자사 패러다임의 공동창업자 맷 황이 패러다임의 지캐시 투자 사실을 공개하고, 지캐시를 '비트코인의 프라이버시 보완재'라고 평가하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

기관 투자 경로가 확대된 영향도 컸다.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지캐시 상장지수펀드(ETF) 'ZCSH'가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케일은 지난 18일 ZCSH 1주를 3주로 나누는 주식분할 계획까지 발표했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여전히 지캐시를 거래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3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거래내역 파악이 곤란해 자금세탁 위험이 큰 가상자산', 이른바 '다크코인'을 가상자산사업자가 취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캐시를 비롯한 프라이버시 코인은 이 시기부터 국내 거래소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당시에는 거래 당사자나 전송 기록을 파악하기 어려운 프라이버시 코인의 특성상, 고객확인(KYC)이나 의심거래보고(STR) 등 특금법 상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게 규제의 배경이었다.

감사기관에 거래내역 제공 가능…"기술 발전 따라 상장 기준 손봐야"

하지만 지난 5년간 프라이버시 관련 기술 자체가 크게 달라지면서, '프라이버시 기능이 있는지' 만으로 상장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적절한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자의 거래 내용을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감사기관, 금융회사, 거래소 등 제도권 내 기관에는 정보를 제공하는 '선택적 공개'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캐시의 '뷰잉 키(Viewing Key)'가 대표적이다. 지캐시는 영지식증명 기술을 이용해 거래 내용을 가리는 '실드 거래'를 지원하지만, 이용자가 '풀(Full) 뷰잉 키'를 제 3자에게 제공하면 해당 계정의 실드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풀 뷰잉 키를 제공받은 제 3자는 해당 계정으로 들어온 자금뿐 아니라, 외부로 나간 자금도 추적할 수 있다. 감사기관이나 금융회사가 요구할 경우 입금 내역, 자산 보유 내역 등을 공개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크라켄 같은 대형 거래소는 지캐시 출금을 '실드 거래'가 아닌 '공개 거래'로만 지원한다. 공개 거래는 보내는 주소, 받는 주소, 금액 같은 정보가 블록체인 상에서 모두 공개되는 거래를 말한다. 지캐시는 공개 거래와 실드 거래 두 가지 모두 지원하고 있다.

김남웅 포필러스 대표는 "과거 거래소들이 프라이버시 코인을 상장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익명 거래로 인해 자금세탁방지 등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의무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프라이버시 코인 프로젝트들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캐시의 뷰잉 키는 지출 권한을 넘기지 않으면서도 특정 계정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라며 "프라이버시는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거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도에 나선 건 지캐시뿐만이 아니다. 프라이버시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알레오(Aleo)는 개별 '기록(레코드)'마다 '레코드 뷰 키(Record View Key)'를 생성한다. 이용자가 이 키를 감사인이나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하면 계정 전체의 다른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도 해당 레코드의 내용만 확인할 수 있다.

또 레일건(Railgun) 프로젝트에서는 '프라이빗 프루프 오브 이노센스(Private Proofs of Innocence·PPOI)'가 활용된다. 이용자의 거래 내역이나 잔액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레일건으로 유입된 자금이 사전에 지정된 불법·의심 거래 및 주소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영지식증명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프라이버시 기능이 내재됐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가상자산의 상장을 무조건 금지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거래소가 실제로 자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21년 만들어진 '다크코인' 취급 금지 기준을 기술 변화에 맞춰 손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프라이버시 코인 프로젝트들이 저마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컴플라이언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며 "이런 기술 변화를 고려하면 국내 거래소들의 상장 기조도 함께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