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관리하는 'AI 금융비서'…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이 손발 된다

챗GPT 등장 4년 만에 자산관리까지…다음 단계는 실제 결제·투자 실행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이 거래 수단…권한·손실 책임 등 제도 정비 과제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일러스트.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지난 2022년 11월 세상에 나온 챗GPT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었다. 4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AI는 은행·카드·증권계좌를 읽고 돈을 어떻게 쓰고 굴릴지 조언하는 '금융비서'로 진화했다.

다음 단계는 조언을 넘어선 결제와 투자다. AI가 '두뇌'라면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 토큰증권 등 토큰화 금융은 이를 실행하는 '손발'이 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미국에서 챗GPT의 개인 재무 서비스 '파이낸스(Finances)'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는 은행·카드·증권계좌를 연결해 자신의 금융정보를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챗GPT는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지출과 순자산,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분석한다. 이를테면 주택 구입이나 부채 상환 같은 목표를 입력하면 현재 소득과 소비, 보유자산을 고려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다만 챗GPT가 직접 금융상품을 거래하지는 않는다. 오픈AI는 파이낸스가 전문적인 금융·투자 자문을 대체하지 않으며 자금 이체와 청구서 납부, 주식 거래 등을 수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AI가 금융정보를 분석하는 단계에서 실제 거래를 수행하는 '실행형 에이전트'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AI는 여행 일정을 짜는 데서 나아가 항공권과 숙소를 검색하고 예약 절차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챗GPT가 처음 공개된 지 4년도 지나지 않아 나타난 변화다. 질문에 문자로 답하는 대화형 서비스에서 외부 데이터와 서비스를 연결해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AI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례도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가트너는 고객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 간 거래(B2B) 기기가 현재 약 30억 개에서 오는 2030년 80억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AI 에이전트처럼 상품·서비스를 거래하는 경제 주체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도 AI 금융비서가 등장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마이데이터 기반 금융 에이전트 'AI 코치'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AI 코치는 이용자의 예산·소비 내역을 비교해 지출을 점검하고, 비슷한 연령대의 통계를 토대로 소비가 많은 항목과 절약 목표를 제안한다.

이용자는 엄격하게 소비를 관리하는 등 코칭 강도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서비스는 소비 관리만 가능하며, 금융상품 추천이나 투자 실행은 지원하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AI가 금융정보를 읽고 조언하는 단계지만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목표에 맞춰 거래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AI가 사람을 대신해 돈을 움직이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블록체인은 AI 금융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 AI가 블록체인 지갑을 보유하면 정해진 권한·한도 안에서 스테이블코인, 예금토큰으로 24시간 결제할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을 활용해 일정한 조건을 충족했을 때만 거래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투자 대상도 토큰화할 수 있다. 주식·채권·펀드 등을 블록체인에서 토큰으로 발행해 AI가 하나의 지갑에서 여러 자산을 보유하고 거래할 수 있다. AI가 금융정보와 시장 상황을 분석하는 '두뇌'라면 블록체인 지갑은 '계좌·인프라',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은 '현금', 토큰증권은 '투자상품' 역할을 하는 셈이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결제 기업도 AI 에이전트의 신원과 거래 권한을 확인하는 체계와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을 개발하고 있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이 실제 결제 인프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제도적 과제도 남아 있다. AI가 개인별 금융상품을 추천하면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문·투자권유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AI가 잘못된 판단으로 손실을 냈을 때 책임 주체도 불분명하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AI에 부여할 거래 권한과 한도, 사람의 최종 승인 절차를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금융상품 거래로 확장될 수 있다"며 "기존 금융 산업 체계를 위협하고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상당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문·추천 중심의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등장할 수 있다"며 "기술 발전에 뒤처지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