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문턱 못 넘은 '클래리티 법'…美 규제당국, '플랜B' 가동하나
'윤리 조항' 추가했는데 더 강력한 수준 요구…의견 차 못 좁힌 양당
클래리티 법 이대로 폐기되나…SEC·CFTC 자체 규제 마련 예고
-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시장의 분수령으로 꼽혀온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 '클래리티 법(CLARITY Act)'이 결국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화당이 막판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제한하는 '윤리 조항'까지 추가했지만 민주당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연내 입법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가상자산 관련주가 급락하고 업계에서 실망감이 터져 나오는 등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법안 좌초가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정비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의회의 입법과 별개로 각 기관의 기존 권한을 활용해 가상자산 규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에서 진행된 클래리티 법 토론 종결(클로처) 표결은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다. 법안을 다음 단계로 넘기기 위해 필요한 찬성 60표에 크게 못 미쳤다.
당초 찬성표를 던진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추후 재표결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반대 표로 변경하면서 최종 집계는 찬성 49표, 반대 50표가 됐다.
클로처는 법안에 대한 토론을 종결하고 본회의 표결로 넘어가기 위한 절차다. 클로처를 넘어서도 상원 본회의 표결과 하원 법안과의 조정, 대통령 서명 등의 절차가 남아 있었지만 클래리티 법은 이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재표결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연내 입법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거쳐 현 제119대 의회가 내년 1월 3일 종료될 때까지 남은 상원 의사일수가 많지 않은 데다 양당 간 핵심 쟁점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체계를 확립하고 SEC와 CFTC의 관할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안임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1년 넘게 세부 내용을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제한하는 '윤리 조항'이었다.
결국 공화당 의원들은 토론 종결 표결을 앞두고 윤리 조항을 추가한 수정안을 제시했었다. 수정안에는 연방 선출직 공직자와 배우자, 연방 판사 등이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것을 제한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가상자산 관련 금전적 이해관계를 보유한 경우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수정안도 민주당 핵심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협상에 참여해 온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상원 의원은 공화당 측이 추가한 '윤리 조항'이 "충분한 수준에 전혀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 전 '역제안'에 나섰다. AP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가상자산 보유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의무적으로 처분하도록 하는, 더 강력한 윤리조항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제안 이후 '친 가상자산' 성향 의원이자 클래리티 법 처리를 주장해 온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의원은 "더 이상의 양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토론 종결 표결에서 '찬성 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재표결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부결로 클래리티 법 연내 입법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상태다.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서는 클래리티 법 연내 입법 가능성이 16%까지 떨어졌다.
시간도 촉박하다. 이번 표결은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는 표결이 아니라, 법안을 수정안 제출 및 최종심의 단계로 넘기기 위한 절차였다. 중간선거 전까지 상원의 입법 활동일이 36일에 불과해 토론 종결 표결조차 넘지 못한 클래리티 법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클래리티법이 연말까지 대통령 서명에 이르지 못하면 제 119대 의회 종료와 함께 폐기된다. 현재 의회는 2027년 1월 3일 임기를 마친다.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다음 의회로 자동 승계되지 않는다.
따라서 2027년 출범하는 제 120대 의회에서는 법안을 새 번호로 다시 발의해야 한다. 상·하원의 입법 절차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한 곳이라도 탈환하면 현재 공화당이 주도하는 형태의 클래리티법을 다시 추진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미 규제당국은 자체적으로 가상자산 규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폴 앳킨스 미 SEC 위원장과 마이클 셀릭 CFTC 위원장은 의회가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각 기관의 권한을 활용해 자체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앳킨스 위원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가상자산 발행 규정과 명의개서대리인 제도 개편, 수탁 규정 마련을 SEC 규제 체계의 세 축으로 제시했다.
또 셀릭 위원장은 지난달 CFTC에 등록하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소도 파생상품 거래소의 일종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클래리티 법의 좌초로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법적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워졌지만, SEC와 CFTC를 중심으로 한 규제 정비 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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