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카드 해킹 여파에 '비트코인 대이동'…장기투자자, 20조원 옮겼다

신규 지갑 주소 일주일 새 7만개 급증…거래소에 비트코인 2만개 유입
"인터넷 분리 장치도 안전하지 않다"…콜드월렛 보안 우려 확산

비트코인 상징이 새겨진 동전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가상자산 콜드월렛 '콜드카드' 해킹 이후 장기 투자자들의 지갑에서 약 23만 3000개의 비트코인(BTC)이 이동했다. 해커가 탈취한 물량의 100배가 넘는 규모다.

신규 비트코인 지갑 주소 수도 일주일 만에 7만 개 이상 늘었다. 인터넷과 분리된 오프라인 지갑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장기간 움직이지 않던 투자자들의 자금까지 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보안업체 카사의 닉 뉴먼 최고경영자(CEO)는 X(옛 트위터)에서 온체인 분석 플랫폼 체크온체인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155일간 움직이지 않았던 장기 보유자 지갑에서 약 23만 3000BTC가 이동했다고 밝혔다. 14일 기준 약 146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다.

비트코인 신규 주소 수도 이달 초 약 26만 개에서 최근 33만 개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감소세를 보인 신규 주소 수가 콜드카드 해킹 이후 반등한 것이다. 콜드카드 이용자들이 새로운 복구문구를 적용한 지갑을 만들며 신규 주소 생성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자금 이동은 지난달 30일 시작된 콜드카드 해킹 사태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네 차례에 걸친 공격으로 최소 1816BTC가 탈취된 것으로 추산된다.

해커들은 가상자산 지갑 '비밀번호'인 시드 구문의 보안이 낮게 설정된 점을 공략했다. 시드구문 조합을 반복적으로 대입해 개인 키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자산을 탈취하는 수법이다.

다만 이번에 이동한 비트코인이 모두 콜드카드 이용자의 자금은 아니다. 뉴먼 CEO는 "콜드카드 해킹 규모의 약 100배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며 "다른 지갑 이용자 사이에서도 자산 이전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부 자금은 콜드월렛 보관에 대한 우려로 중앙화 거래소(CEX)나 전문 수탁기관으로도 이동하고 있다. 체크온체인은 약 2만 2000BTC가 거래소로 유입된 것으로 집계했다.

콜드월렛을 둘러싼 보안 사고도 이어졌다. 트레저는 최근 외부 배송업체의 보안 사고로 고객 1만 3689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 중 1만 1742명은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 주소가 노출됐다.

다만 트레저의 자체 시스템이 해킹된 것은 아니며 개인 키와 복구문구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트레저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사칭이나 피싱에 악용될 수 있다며 이용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사태는 이용자가 자산을 직접 관리해 안전하다고 여겨진 콜드월렛도 해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콜드월렛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이용자들이 자산을 여러 보관처로 분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22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당시에는 자산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신으로 비트코인이 개인 지갑으로 빠져나갔다. 반면 이번에는 하드웨어 지갑도 완벽히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해 일부 자금이 거래소와 수탁기관 등으로 옮겨가는 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설립자는 "어떤 보안 장치도 100% 안전하지 않다"며 "자산을 여러 지갑에 분산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