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글로벌 순위 2위→32위…무너진 '리테일 강국'[위기의 코인거래소]①
5대 거래소 거래량 합쳐도 바이낸스 하루 거래량 10분의 1 수준
증시 머니무브·과세 예고·박스권 겹치며 한국 시장 존재감 '흔들'
- 황지현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한때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량 2위까지 올랐던 업비트가 최근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거래량을 모두 합쳐도 글로벌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 한 곳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세계 최대 '리테일(개인투자자) 시장'으로 불리던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이 사실상 내수 시장에 갇힌 사이 글로벌 거래소들은 파생상품과 기관 투자자를 기반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 순위는 지난 24일 기준 32위를 기록했다.
업비트는 2021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타고 바이낸스에 이어 글로벌 거래량 2위까지 오른 바 있다. 당시에는 국내 원화 거래소 거래량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한국은 세계 최대 리테일 시장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날 기준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하루 거래량은 모두 합쳐 약 9000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글로벌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하루 거래량은 약 10조 원에 달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업비트가 바이낸스와 거래량 순위 경쟁을 벌였던 것과 비교하면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 존재감이 크게 약화한 셈이다.
거래량 감소는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비트코인이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며 단기 매매가 줄어든 데다 국내에서는 코스피를 중심으로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 자금이 빠르게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
특히 반도체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도 가상자산보다 주식시장으로 향했다. 위험자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제한된 투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기대수익이 높은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을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2027년부터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해 연간 250만 원을 공제한 뒤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을 부과할 예정이다. 실제 세금 부담보다도 '가상자산도 이제 세금을 내는 투자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참여가 이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단순히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의 영향력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거래가 글로벌 가격 형성과 거래량을 견인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거래소 비중이 빠르게 줄면서 한국 시장이 글로벌 흐름을 주도하기는커녕 따라가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인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는 원화 기반 현물 거래에 의존하는 반면 글로벌 거래소들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과 기관투자자 시장을 확대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도 불가능하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ETF 확대, 기관투자자 유입, 파생상품 성장으로 거래가 오히려 늘었다. 국내 거래소는 법적으로 현물시장에만 머물러 있는 사이 글로벌 거래소들은 기관과 파생상품 시장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개인투자자 시장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그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며 "거래량 감소가 장기화되면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 영향력도 계속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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