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총 2조달러 붕괴 초읽기…'트럼프 랠리' 이전으로 후퇴

일주일간 약 2000억달러 증발…비트코인 ETF 역대 두 번째 주간 순유출
스트래티지 비트코인 매도 우려 확산…美 증시 쏠림·매파 연준 겹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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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2조달러 붕괴를 눈앞에 두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이어졌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기조, 미국 증시 강세,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의 유동성 우려 등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오후 1시 코인마켓캡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조700억달러(약 3198조원)를 기록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시가총액은 약 2000억달러(약 309조원) 감소하며 2조달러 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2조1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4년 9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형성됐던 이른바 '트럼프 랠리' 이전 수준으로 사실상 되돌아간 셈이다.

주요 가상자산도 일제히 약세를 이어갔다. 비트코인은 지난 28일 6만달러 선이 무너졌고, 이더리움도 지난 25일부터 1600달러를 밑돌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장 큰 악재로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이탈을 꼽고 있다. 지난주 글로벌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총 17억9000만달러가 순유출되며 주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특히 세계 최대 비트코인 현물 ETF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에서만 약 13억달러가 빠져나가면서 기관 투자심리 위축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이란이 상호 공격 중단에 합의했음에도 시장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오는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호르무즈 해협 분쟁 해소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의 유동성 우려도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 스트래티지 보통주와 우선주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신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고,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보 분석 플랫폼 파사이드인베스터스는 "스트래티지의 우선주 STRC는 주가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배당률을 높여 가격을 방어하는 구조지만 현재는 이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현실적인 대안은 STRC 자사주 매입이나 신주 발행, 또는 비트코인 일부 매각을 통한 배당 재원 확보"라고 분석했다.

잭 이 LD캐피털 설립자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이 지난해 10월 이후 세 번째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이번 조정이 약세장의 마지막 큰 하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와 미국 증시 강세도 가상자산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상자산 트레이딩 업체 QCP캐피털은 "스트래티지의 STRC를 둘러싼 시장 우려와 연준의 매파적 발언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거시경제 환경 개선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 자체의 새로운 상승 촉매가 나타나야 하락세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비트코인이 6만달러 아래에서 추가 하락할 경우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과거 상승장을 이끌었던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인공지능(AI)과 기술주로 이동한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규제 불확실성 완화가 시장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존 로크 22V리서치 분석가는 "비트코인이 4만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에서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통과되면 규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