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친 자산 토큰화 열풍인데…韓은 아직 '조각투자'[월가 뒤흔든 토큰혁명]⑩

주식·MMF 다 토큰화하는데…국내는 부동산·미술품 '조각투자' 중심
"글로벌 흐름 따라잡아야…금융자산 토큰화 기준 마련 시급"

편집자주 ...블록체인 기술의 상징인 '비트코인'은 한때 투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 뉴욕에서는 전혀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은 국채와 펀드를 블록체인 위로 옮기고 있다. 로빈후드는 주식을 토큰화해 24시간 거래하는 시장을 열었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이 경쟁을 넘어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함께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물증권이 전자증권으로 바뀌었듯, 금융은 다시 한 번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은 뉴욕 현지 취재를 통해 월가가 주목하는 '토큰화 혁명'의 현장을 살펴보고, 한국 금융 시장에 던지는 의미를 짚어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러스트.

(뉴욕=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황지현 최재헌 기자 = 블랙록, 프랭클린템플턴, 로빈후드 등 이른바 '빅 플레이어'들이 앞다퉈 토큰화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결국 모든 자산이 토큰화돼 24시간 거래될 것이란 공통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논의의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 3년 전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STO) 가이드라인 발표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토큰화 전담 조직을 꾸렸으나 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세계 시장은 빠르게 앞서 나갔다.

국내 기업의 토큰화는 부동산, 미술품을 쪼개 파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글로벌 시장에선 토큰화된 국채, 주식 등이 이미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주식·MMF 다 토큰화하는데…국내는 부동산·미술품 '조각투자' 중심

11일 바이낸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실물자산토큰화(RWA) 시장 규모는 지난해 초부터 이달까지 약 1년 반 동안 무려 589% 성장했다. 특히 올해 들어 토큰화 주식(주식 토큰)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기존 가상자산 가격은 크게 떨어졌지만, 블록체인 위에 올라오는 자산의 종류는 크게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국내 자산 토큰화 관련 논의는 '실물자산 조각투자'라는 지엽적인 프레임에 갇혀 있다. 법 개정이 3년 전 논의를 토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으로 제도권에 들어온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반 '투자계약증권'에 한정돼 있다. 투자계약증권이란 여러 투자자가 분할해 공동으로 소유하고, 향후 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을 배분받는 형태의 증권이다. 미술품, 한우,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 엑스스톡스(xStocks)나 온도파이낸스처럼 상장 주식을 토큰화하는 것은 국내 STO 법안에서 빠졌다. 즉,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모델은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국채나 머니마켓펀드(MMF)를 토큰화한 사례도 없다.

뉴욕 기반 기업들은 한국 역시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토큰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안 드 보드(Ian De Bode) 온도파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부터 토큰화하는 게 좋다"며 "부동산은 토큰화하기에 앞서 가치 평가부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한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라며 "한국도 삼성전자 같은 한국 주식과 ETF를 토큰화하면 장점이 많을 것이다.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토큰화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테디 폰프리냐(Teddy Pornprinya) 플룸네트워트 공동창업자도 "한국 금융기관들과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한국 기관들 역시 주식 토큰화에 관심이 참 많은데, 규제가 갖춰지기를 기다린다고 들었다"며 "투자자들은 이미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각 국가마다 속도는 다르겠지만 대체로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 가이드라인을 참고한다"며 "한국도 결국 주식, 국채 등 자산을 토큰화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흐름 따라잡아야…금융자산 토큰화 기준 마련 시급"

국내 기업들도 토큰화 대상의 범위가 다양화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현재는 부동산, 미술품 조각투자에 그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글로벌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뒤처진 만큼, 주식, ETF, 국채 등을 토큰화할 수 있는 기준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센터장은 "현재 한국 시장은 글로벌 흐름에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제도권에서 허용된 혁신의 범위 자체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다"라며 "글로벌 금융 시장이 토큰화를 통해 어떤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지, 해외 선진 사례를 국내 당국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준성 쟁글 연구원도 "조각투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데 그친다면 시장 규모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국채, MMF, 사모신용, 주식 등 글로벌 RWA 시장에서 이미 토큰화된 금융 자산까지 단계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토큰화의 가치는 단순히 장부를 블록체인으로 바꾸는 데 있지 않다"며 "24시간 거래, 실시간 정산, 온체인 담보 활용,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확대 등이 핵심"이리고 강조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