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초유의 사태까지…해법은 '블록체인 투표'?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관리 논란…블록체인 투표 재조명
투표 기록·개표 결과 블록체인 저장해 위변조 가능성 낮춰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투표용지 부족과 중복 수령 시도 등 선거 관리 논란이 잇따르면서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 시스템이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권자 인증부터 투표 기록, 개표 결과까지 전 과정을 분산원장에 기록할 경우 중복 투표와 위·변조 가능성을 줄이고 선거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가 실시된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12개 투표소를 비롯해 강남구와 광진구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남성 2명이 투표용지를 이중 수령하려 한 사실도 확인됐다.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선거 관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당시에는 투표용지가 외부로 반출되거나 한 사람이 두 차례 투표하는 등 부실 관리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선거 관리 역량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유권자 수십 명이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받은 뒤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기 용인시에서는 회송용 봉투 안에서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가 발견됐고, 서울 강남구에서는 선거사무원이 배우자의 신분증을 이용해 대리 투표한 뒤 본인 명의로 다시 투표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선거 때마다 투표용지 관리와 유권자 확인 과정에서 문제가 반복되면서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 시스템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여러 참여자가 공동으로 기록·검증하는 분산원장 기술이다. 한 번 기록된 데이터는 사실상 수정이나 삭제가 어려워 위·변조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업계에서는 유권자 인증 과정과 투표 기록, 개표 결과 등을 블록체인에 저장할 경우 중복 투표나 기록 조작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투표 과정이 실시간으로 기록돼 사후 검증과 추적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또 현재처럼 투표용지 발급과 인력 관리에 의존하는 방식과 달리 전자 기반으로 투표 이력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유권자 검증 절차를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표 과정 역시 스마트계약(스마트 콘트랙트)을 활용해 자동화할 수 있어 선거 관리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이미 관련 기술이 일부 도입되고 있다.
선관위는 2024년부터 온라인 투표 시스템(K-Voting)을 고도화하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영지식증명(ZKP) 기반 검증 기능을 적용했다. 유권자의 투표 내용을 암호화해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투표의 유효성과 중복 여부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투표 규칙과 개표 절차도 스마트계약으로 자동화했다. 현재 아파트 입주자대표 선거와 대학교 학생회 선거, 정당 전당대회, 조합장 선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관련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2020년 헌법 개정 국민투표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반 원격 전자투표를 일부 지역에 도입했다. 미국에서도 일부 주(州)가 해외 거주 군인과 재외 유권자를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투표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이 곧바로 공직선거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은 투표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는 데 강점이 있지만, 해킹된 단말기에서 이뤄지는 투표나 신원 인증 오류, 비밀투표 보장 문제까지 해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 전자투표 시스템 전반의 보안성과 신뢰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공공선거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투표 데이터의 무결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기술"이라며 "다만 공직선거에 적용하려면 전자투표 시스템 전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보안 검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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