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위 "금가분리 더 이상 안 막아"…9년 빗장 푼다

금융위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 일어…금융·가상자산 결합 더 안 막아"
"글로벌 슈퍼앱 경쟁도 염두"…韓 금융사들도 잇따라 거래소 지분 투자

금융위원회 전경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금융위원회가 9년간 유지해온 '금가분리'(금융·가상자산 산업 분리) 원칙에 대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미국을 중심으로 금융·가상자산(디지털자산) 융합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의 거래소 투자 확대 움직임까지 맞물리며 정부 기조도 전환되는 모습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금융·가상자산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슈퍼 앱' 경쟁이 본격화하며 당국도 더 이상 이를 막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 일어…금융·가상자산 결합 더 이상 안 막아"

29일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 결합에 대해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두 산업의 결합을) 굳이 더 이상 안 막는다"고 밝혔다.

또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이 뛰어든, 하나의 플랫폼에서 금융과 가상자산 거래가 동시에 이뤄지는 '슈퍼 앱' 경쟁과 관련해 그는 "원 앱·원클릭으로 거래가 되는 세상"이라며 "이러한 흐름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지난 2017년 말부터 유지해온 금가분리 원칙 종료를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금가분리는 2017년 말 정부의 '가상자산 긴급대책' 이후 관행처럼 굳어진 규제 기조다.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 취득·지분투자 등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법률이 아닌 행정지도 성격이었지만 이후 금융권 전반에 강한 규제로 작용해왔다.

당시에는 비트코인 급등락과 거래소 해킹, 자금세탁 우려 등이 겹치며 금융 시스템 리스크 차단 필요성이 컸다.

"슈퍼 앱 경쟁도 염두"…韓 금융·증권·IT 업계, 잇따라 거래소 지분 인수

하지만 최근 미국과 홍콩 등 주요 국가들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고 스테이블코인·실물연계자산(RWA)·온체인 금융 인프라 구축에 나서며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도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찰스슈왑은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거래 서비스를 출시했다. JP모건은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와 토큰화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역시 디지털자산 사업과 토큰화 금융 상품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슈퍼 앱'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투자 플랫폼 로빈후드는 주식을 쪼개 24시간 소액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며 젊은 투자자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역시 가상자산 중개를 넘어 주식 거래까지 포함하는 '에브리싱 익스체인지(Everything Exchange)'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내 금융권 역시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미래에셋그룹은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5일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 6.55%를 취득하기로 결정했으며, 원래 두나무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한화투자증권은 추가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기존 5.94%에서 9.84%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래에셋그룹이 금가분리 규제를 의식해 비금융 계열사를 통해 코빗 인수에 나선 것과 달리 하나금융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앞세워 두나무 지분 투자에 직접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때부터 금융당국의 금가분리 기조 변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나은행이 당국과 사전 교감없이 1조원이 넘는 두나무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여기에 삼성그룹까지 가세했다.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계열 3사도 두나무 지분 4.0%를 확보하기 위해 6000억 원이 넘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단순 투자 차원을 넘어 향후 디지털자산 사업 주도권 확보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이러한 흐름을 인식하고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금가 분리 규제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변화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