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시장 잡아라"…美 전통 금융권·가상자산 기업 '합종연횡' 가속화

[월가 뒤흔든 토큰혁명]⑧ 전통 금융권이 상품 토큰화하면 가상자산 기업이 유통
프랭클린템플턴·나스닥, 크라켄과 협업…DTCC는 가상자산 기업 대거 포용

편집자주 ...블록체인 기술의 상징인 '비트코인'은 한때 투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 뉴욕에서는 전혀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은 국채와 펀드를 블록체인 위로 옮기고 있다. 로빈후드는 주식을 토큰화해 24시간 거래하는 시장을 열었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이 경쟁을 넘어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함께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물증권이 전자증권으로 바뀌었듯, 금융은 다시 한 번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은 뉴욕 현지 취재를 통해 월가가 주목하는 '토큰화 혁명'의 현장을 살펴보고, 한국 금융 시장에 던지는 의미를 짚어본다.

프랭클린템플턴이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토큰화 플랫폼 '엑스스톡스'와 협업한다. 크라켄 블로그 갈무리.

(뉴욕=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주식, 국채, 귀금속 등 모든 자산이 토큰화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 금융사들이 신사업을 위해 가상자산 기업과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전통 금융권이 상품을 제공하면, 이를 가상자산 기업이 글로벌 투자자에 배포하는 방식의 협업 구도가 확산하는 추세다. 자산 토큰화가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기업간 접점을 넓히는 대표적인 분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프랭클린템플턴·나스닥, 크라켄과 협업…DTCC는 가상자산 기업 대거 포용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12일 발표된 대형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과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과의 협업이다.

우선 프랭클린템플턴이 발행한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MMF) '벤지(BENJI)'가 크라켄 플랫폼에 통합된다. 구체적으로 크라켄을 이용하는 기관투자자는 거래소에 예치해둔 달러를 방치하는 대신, 온체인 MMF에 넣어 수익을 낼 수 있다.

또 크라켄의 토큰화 주식 프레임워크인 '엑스스톡스(xStocks)'를 활용해 프랭클린템플턴의 투자 상품을 토큰화한다. 프랭클린템플턴이 상품을 설계하면 크라켄이 유통 경로를 제공하는 그림에 가깝다.

나스닥 역시 크라켄과 협업한다. 현재 나스닥은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토큰화해, 기존 주식과 함께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 크라켄은 나스닥의 토큰화 주식을 크라켄 고객에 배포하는 '유통 파트너(Distribution Partner)' 역할을 맡는다.

또 미국의 증권예탁결제기관인 DTCC는 자체 토큰화 워킹그룹을 만들어 해당 그룹에 가상자산 기업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토큰화 주식 시장 점유율 1위인 온도파이낸스를 비롯해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 가상자산 엑스알피(XRP)로 잘 알려진 리플 등이 포함됐다.

"늘어나는 토큰화 수요, 유통 채널 필요"…협업 늘어나는 이유

이 같은 협업 사례가 잇따르면서 자산 토큰화가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대표적인 협업 분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 금융권은 기존 상품을 '온체인화(토큰화)'하고 싶은 분명한 수요가 있고,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 기업들은 그 상품을 유통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 구이(Val Gui) 크라켄 엑스스톡스 글로벌 헤드는 뉴스1에 "최근 들어 주식 토큰화에 관심 있는 전통 금융사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사모대출(프라이빗 크레딧)도 뜨거운 분야다. 블록체인 상에서 환매 규칙을 스마트콘트랙트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유통이다. 상품을 토큰화해도 유통 채널이 없으면 토큰화의 의미가 없다"며 "크라켄처럼 기관 친화적인 가상자산 기업들과 협업해 유통 채널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안 드 보드(Ian De Bode) 온도파이낸스 최고경영자(CEO)도 전통 금융사들이 온도파이낸스 같은 가상자산 업계 스타트업을 '글로벌 유통망'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보드 CEO는 "최근 제니 존슨 프랭클린템플턴 CEO가 온도를 '흥미로운 유통 파트너'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며 "전통 금융기관에는 온도 같은 기업이 일종의 글로벌 유통망이다.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젊은 세대나 글로벌 투자자에도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도 이 같은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구이 헤드는 "토큰화의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크라켄 같이 기관 친화적인 가상자산 기업들도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며 자산 토큰화 분야에서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기업이 협업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