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24시간 ‘주식 토큰화’ 시대, 한국은 제자리걸음
-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2023년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발행(STO) 가이드라인을 처음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부동산부터 한우, 음원까지 쪼개 파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증권사들은 앞다퉈 전담 조직을 꾸렸다. 한국이 자본시장의 변화 흐름에 올라타는 듯 했다.
문제는 그로부터 법안 통과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점이다. 한국이 규제를 만드는 데 골몰하는 동안, 글로벌 시장은 이미 우리가 계획한 것 이상으로 진화했다.
그간 한국의 STO 논의는 '실물자산 조각투자'라는 지엽적인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시장의 변화는 살피지 않은 채 어떤 사업자에게 면허를 줄지, 유통은 어떻게 허용할지와 같은 행정적 절차에만 매몰된 결과다. 이렇게 우리가 '부동산 쪼개 팔기'에 매달리는 사이, 세계 시장은 자산 토큰화를 '거래 인프라의 혁신'으로 재정의했다.
글로벌 시장은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쪼개 파는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미국 국채와 머니마켓펀드(MMF)가 블록체인 위로 올라갔고, 블랙록과 프랭클린 템플턴 같은 거대 자본이 일제히 뛰어들었다.
이에 더해 주식도 토큰화된 버전으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가 토큰화 주식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미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다. 토큰화된 주식과 국채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대출받는, '금융의 온체인화'가 24시간 내내 멈추지 않고 진행 중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현주소는 이 간극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테슬라·애플 주식이 토큰화돼 전 세계에서 밤낮없이 거래되는 동안, 국내에선 주식 거래시간을 단 12시간으로 늘리는 것조차 '투자자 피로도'를 이유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거래 시간 12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내용증명을 한국거래소에 보내고, 한국거래소는 이미 글로벌 흐름에 뒤처졌음을 근거로 투자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는 24시간 돌아가는 온체인 시스템으로 자본의 속도를 높이는데, 우리는 '토큰화'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저녁 시간에 주식 거래를 할지 말지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무서운 건 변화의 속도만이 아니다. 방향조차 엇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외에선 블록체인을 통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재편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낡은 거래 관행과 규제 틀 안에서 안주하고 있다.
3년의 제도 공백이 만든 간극은 생각보다 깊다. 우리가 '주식 거래 12시간'을 두고 제자리를 맴도는 사이, 글로벌 금융의 시계는 이미 멈추지 않는 온체인 시대로 진입했다. 뒤처진 시침을 돌릴 기회는 그리 오래 남아있지 않다.
hyun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