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스테이블코인 공존" 선회…꽉 막힌 입법 '청신호'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탄력…"CBDC와 보완적 관계" 입장 선회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4회국회(임시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6.4.15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대표적인 '가상자산(디지털자산) 회의론자'로 꼽혔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교착 상태였던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과 정책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에서 “미래 통화 생태계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보완·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화폐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장 변화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그간 국제결제은행(BIS)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화폐적 결함과 외환시장 교란 가능성을 경고해온 과거 행보와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회의론' 던지고 '열린 관점' 채택…한은-정부 엇박자 해소 기대

신 후보자는 과거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핵심 속성인 단일성, 탄력성, 무결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해왔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중앙은행 수장은 여러 주체의 의견을 모아 생태계 발전을 고민해야 하는 자리"라며 입장 변화를 공식화했다.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관계를 '대체'가 아닌 '공존'으로 정의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이 통화 생태계 내에서 각각의 역할이 있다"며 용도에 따른 최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간 규제론을 펼쳐온 한국은행과 제도화를 추진해온 금융당국 간의 정책 엇박자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회 디지털자산 입법 속도…27일 정무위 법안소위 주목

정치권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신 후보자의 전향적 입장을 환영한다"며 "이제 논의는 소모적 찬반을 넘어 안전한 설계와 제도화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입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초 여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안 등이 포함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지난 1월 중 입법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수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제한(51% 룰) 문제와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설정 등을 두고 국회와 금융당국 간의 시각 차가 여전한 상태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까지 내놓기로 했던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조차 아직 마련되지 않으면서 입법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신 후보자의 입장 변화로 정책적 명분이 확보되면서 논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7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개최를 염두에 두고 여야 간 일정을 협의 중이다.

이 위원장은 "정무위 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에게 법안 상정을 요청한 상태"라며 "이미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8건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언제라도 논의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정책 기조 변화 호재…정책 논의 탄력받을 것"

업계에서도 신 후보자의 입장 변화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간 한국은행의 엄격한 신중론에 막혀 논의 자체가 불가능했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의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신 후보자가 기존 총재의 보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은 분명한 시장의 호재"라며 "그동안 평행선을 달렸던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설정 문제도 차기 수장의 유연한 관점 아래서라면 충분히 합리적인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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