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은행도 가상자산 ETF 발행하는데…9년째 '금가분리'에 갇힌 韓

미래에셋-코빗 인수 이어 한투도 가상자산 진출 모색…코인원과 접촉
해외는 증권사 넘어 은행도 가상자산 신사업 낙점…韓, 9년째 '금가 분리' 묶여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의 모건스탠리 빌딩에 로고가 붙어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한국투자증권(030490)이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코인원 지분 참여 등을 모색하며 증권사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외는 모건스탠리가 대형 은행 최초로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을 추진하는 등 은행들의 직접 진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9년째 '금가 분리(금융·가상자산 분리)' 원칙에 막혀 금융사의 가상자산 산업 진출이 제한된 상황으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 코빗 인수 이어 한투도 가상자산 진출 모색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위해 코인원 지분 참여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양사 관계자들도 만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코인원 관계자는 "최근 가상자산업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다양한 협업 제안이 들어온다"며 "여러 주체와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한 바 있지만, 구체적인 협업 모델·방식·대상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 움직임은 점차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월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약 92%를 인수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임원 변경 신고 수리를 거쳐 코빗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등의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FIU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지난 2024년 상반기 1000조 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하반기까지 이를 웃돌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이용자 계정 수는 지난해 하반기 1113만 개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향후 비트코인 현물 ETF, 스테이블코인, 파생상품 시장 등이 열리면 성장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시장 참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는 증권사 넘어 은행도 코인 시장 진출…韓, 9년째 '금가분리' 묶여

해외는 증권사를 넘어 은행까지 가상자산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위한 증권신고서(S-1) 수정안을 제출했다.

해당 ETF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상장 승인도 받은 상태로, SEC 승인 시 대형 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첫 비트코인 현물 ETF가 될 예정이다. 그동안 증권사·자산운용사가 대부분을 차지한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에 은행도 참전하게 되는 셈이다.

모건스탠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수수료는 0.14%로 그레이스케일(0.15%), 블랙록(0.25%) 등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커스터디(수탁)를 맡으며, 관리 기관은 BNY멜론이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분석가는 "NYSE의 승인은 ETF 출시가 임박했다는 의미"라며 "모건스탠리는 최대 금융 자문 네트워크를 보유해 1만 6000명의 자문가가 6조 2000억 달러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8일(현지시간) 상장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에이미 올덴버그 모건스탠리 디지털자산 전략 책임자는 "은행의 가상자산 진출은 수년간의 인프라 개발 끝에 이뤄진 것"이라며 "은행들은 토큰화된 주식 거래도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해외는 증권사를 넘어 은행까지 직접 관련 상품 출시·인프라 구축에 나서며 가상자산을 신사업·수익원을 낙점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금융사가 가상자산 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2017년 이후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금가 분리 원칙이 적용돼 금융·가상자산 산업 간 결합이 9년째 제한돼 왔다. 은행들도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기업 지분 투자 등 간접적으로만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해외 주요 금융기관들이 가상자산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금융사의 참여를 둘러싼 규제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FIU가 코빗의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했지만, 비금융 계열사를 통한 인수라는 점에서 더욱 본격적으로 금가 분리 원칙 완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이미 가상자산을 핵심 사업 영역으로 편입하고 있다"며 "한국도 제도 정비와 규제 완화 없이는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