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인' 믿었던 투자자들…19조 날렸다

미중 갈등 이어 중동 전쟁까지…거시 리스크 취약한 정치 테마 자산
트럼프 사업 확장 속 시총 급감…휴전·공격 발언 엇갈리며 불확실성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2026.04.01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년 3개월 간 19조 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과 미·중 무역 갈등 등 대외 리스크가 확대되며 정치 테마 기반 가상자산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2일 오후 3시 20분 코인마켓캡 기준 트럼프 밈 코인 오피셜트럼프(TRUMP) 시총은 지난해 1월 대비 92.6% 감소한 6억 6643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약 1년 동안 84억 달러가 줄어든 셈이다.

특히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 2월 이후 시총이 8억 달러 선 아래로 무너진 뒤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일가가 참여한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프로젝트 월드리퍼티가 발행한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 시총은 같은 기간 62.9% 감소한 28억 3800만 달러다. 이 역시 약 48억 달러의 감소가 있었다.

트럼프 영부인 관련 밈 코인 멜라니아(MELANIA)도 지난해 1월 대비 93.2%(약 15억 달러) 줄어든 1억 1005만 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세 가상자산의 시총 감소분만 해도 1년 3개월 동안 127억 달러(약 19조 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 '테마 가상자산' 시총이 급격히 쪼그라든 배경에는 글로벌 거시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중 무역 갈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이어, 올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화됐다.

가상자산은 금리·유동성·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밈 코인과 정치 테마 자산은 실질적인 수익 모델이나 내재 가치보다 '기대감'과 '심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시장 환경이 악화할 경우 낙폭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해 초 트럼프 테마 가상자산들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친 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오피셜트럼프의 경우 발행 이틀 만에 시총 9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돼 투자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며 가격과 시총이 동반 하락한 모습이다.

트럼프 일가는 월드리버티 운영, 스테이블코인(USD1) 발행, 채굴 사업 '아메리칸 비트코인' 참여 등 가상자산 사업을 적극 확대해 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일가는 이들 사업으로 지난해 약 10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에도 가상자산 거래소 협업, 투자 유치, 가상자산 매수 전략 등을 이어가며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다만 이 같은 사업 확장·수익 창출과 달리 관련 가상자산 시총은 급격히 감소하며 투자자들 사이에선 괴리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밈 코인의 경우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데다, 최근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발언들이 이어지며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역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향후 2~3주 내 이란에서 떠날 것"이라며 전쟁 종식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같은 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새 정부가 미국에 휴전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이에 대해 "허위이며 근거가 없다"고 반박해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어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미국은 이란의 석유를 타격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를 갖고 있고, 핵심 에너지 시설 장악도 포함된다"며 "2~3주 내 이란 에너지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혀 중동 긴장을 다시 끌어올렸다.

전망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중동 정세와 미·중 관계 등 거시 변수의 방향성이 아직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은 만큼, 관련 가상자산의 가격도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러셀 체슬러 반에크 투자·자본시장 부문 대표는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을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현재 시장은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