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Z 지분 90%, 윙클보스 75%…해외는 창업자 '책임경영' 한국은 '20% 족쇄'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두고 "세계적으로 유례 없다" 지적
지분율 제한보다는 내부자 거래 금지 등 '행위 규제' 중심

서울시 강남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가상자산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6.3.5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는 데 정부와 여당이 합의했으나,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일본 등 가상자산 규제를 정비해온 다른 국가들은 지분율 자체를 규제하기 보다는 범죄 이력 등으로 대주주 적격성을 따지고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행위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와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선을 20%로 일괄 적용하되, 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등에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논란의 중심이었던 '대주주 지분 제한'이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담기게 된 셈이다. 당국과 TF는 그간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마련에 집중해왔다.

이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율 제한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해외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적 인프라로 간주하기 보다, 민간 혁신기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창업자가 대주주로서 상당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제도권 내 거래소인 제미니를 예로 들면, 창업자인 윙클보스 형제가 75%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의결권 기준 지분은 더 크다. 제미니가 지난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당시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의결권 기준 윙클보스 형제의 지분은 94.5%에 이른다. 윙클보스 형제는 일반 투자자들이 보유한 '클래스A' 주식이 아닌,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가지는 '클래스B'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도 창업자인 카노 유조(Yuzo Kano)가 4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창업자인 자오창펑(CZ)의 지분이 90% 가량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국가들은 지분율 자체를 제한하기 보다는 범죄 이력 등 대주주 적격성을 꼼꼼히 검증하고, 내부자 거래 금지 등 행위 규제를 마련해왔다.

일본은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 대해 신원, 자금 출처,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한다. 또 올해부터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기존 결제서비스법이 아닌 금융상품거래법으로 규율, 증권사 수준의 행위 규제도 적용한다.

'FTX 사태'를 겪은 미국도 지분율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FTX 사태란 지난 2022년 말 세계 2위권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샘 뱅크먼 프리드의 부실 경영으로 파산한 사태를 말한다.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됐으나, 그 이후에도 미국은 지분율을 제한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증권법에 따른 내부자 거래 금지와 공시 의무 등 행위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거래소를 감독하고 있다.

국내도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려는 이유가 이해상충 방지인 만큼, 지분율에 상한을 두기 보다는 이해상충을 방지할 수 있는 행위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디지털자산 산업 발전 방안' 특별 세미나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나 고도화된 행위규제, 투명한 내부 통제 시스템 등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건전성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