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코인거래소 지분 제한 역풍 우려…"외국 자본에 기회 뺏길 수 있어"
"거래소 지분 제한 때 해외 자본 침투…국부 유출·산업주도권 상실 우려"
정치권도 '역차별' 우려…"쉬운 규제는 근본적 해결책 아냐"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 수준까지 제한하는 정부 방안을 두고 국민의힘 측과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외국 자본 침투로 산업 경쟁력을 약화하고 국부 유출을 가속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성훈 한국재무관리학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산업 발전 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힘 김은혜·최보윤·강명구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재무관리학회가 주관했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비판이 제기됐다.
정 회장은 "(거래소 지분 제한 논의가) 이해 상충 방지 취지에서 출발했을 수 있지만 규제의 본질을 다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의 근원이 단순히 지분율 자체에 있는지 지배구조의 투명성 문제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고립된 규제가 아니라 신뢰 위에서 혁신을 확장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분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래소는 대부분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는데 지분을 인위적으로 분산하면 책임경영이 약화할 수 있다"며 "창업자 중심의 지배구조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지만, 지분을 강제로 낮추면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지고 방관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 제한이 외국 자본 유입을 촉진해 산업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 교수는 "지분을 다변화하면 결국 큰 자본을 가진 해외 기업들이 거래소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며 "겉으로는 투자 유치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국부 유출이나 산업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 성장 사례로 텐센트를 언급하며 혁신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텐센트도 초기에는 단순한 메신저 서비스 회사였지만 한국 게임사들과 협업해 성장했고 위챗을 통해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중국 정부가 강한 규제로 성장을 제한했다면 지금의 텐센트는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가 과거 디지털 산업에서 앞서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글로벌 기업을 따라가는 위치가 된 측면도 있다"며 "혁신을 키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분 제한 규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산업 성장 속도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계적인 지분 상한제를 도입하면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유 구조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책임경영이 약화하고 인재와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도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은 원화 기준 거래량이 세계 2위 수준일 때도 있을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시장"이라며 "이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산업이 화석이 될 수도 있고 활화산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를 도입하려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분 제한이 도입되면 창업자와 경영진의 리더십이 약화하고 혁신 의지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헌법적 문제 가능성도 제기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재산권을 제한하는 정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지분 제한 규제는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국회 입법조사처도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낸 상황"이라며 "규제 도입 목적과 공익성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분 규제 대신 행위 규제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 교수는 "지분을 몇 퍼센트로 제한하는 방식은 규제하기 쉬운 방식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내부통제 강화나 공시 확대, 이해 상충 방지 등 행위 규제를 통해 시장 신뢰를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일평균 거래 규모도 6조 원 이상에 달하는 중요한 디지털 경제 영역"이라며 "이 산업을 어떻게 혁신 인프라로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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