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비트코인 뿌리고, 시세 흔들고"…신뢰 잃은 빗썸에 투자자들 '성토'
보유하지도 않은 '유령 코인' 대량 지급…일부는 빗썸에서 거래
"장부거래 민낯 드러나, 이론적으로 시세 교란도 가능…내부통제 허점"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BTC) 62만 개가 이벤트 참여자들에게 잘못 지급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 물량을 크게 웃도는 이른바 '유령 코인'을 지급하고, 빗썸에서 실제 거래까지 이뤄지며 가격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단순 입력 실수를 넘어, 통제가 미흡할 경우 시세 조종·내부자 거래 등 시장 질서 교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중·삼중 통제 장치와 외부 검증 절차를 강화해 시장 신뢰 훼손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온라인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선 빗썸의 신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있지도 않은 비트코인을 복사해 뿌린 것이 게임 아이템을 무작위로 배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그동안 고래(큰손 투자자) 세력 영향만 있는 줄 알았는데, 거래소 시스템으로도 시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지난 6일 빗썸의 랜덤박스 에어드롭(가상자산 무료 배포) 보상 과정에서 시작됐다. 직원의 실수로 1인당 2000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비트코인 2000개를 지급하는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총 62만 개(약 62조 원)의 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됐다. 빗썸은 약 20분 만에 오지급 사실을 인지하고 오지급 분량의 99.7%를 회수한 상태다.
문제는 해당 비트코인이 실제 지갑에 존재하던 물량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4만 2800개에 불과했다. 실제 보유량보다 훨씬 많은 수량이 이벤트 참여자들에게 지급된 셈이다. 이른바 '유령 코인'들은 심지어 거래소 내부에서 매도되며 가격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더 큰 파장을 낳은 이유는 장부상 숫자만으로 거래가 체결될 수 있는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빗썸을 포함한 중앙화 거래소 대부분은 '장부 거래' 방식을 사용한다. 내부 데이터베이스(DB)에 찍힌 수량으로 가상자산 거래를 체결한 뒤, 추후 실제 지갑에서 출금해 자산 수량을 맞추는 구조다. 은행이나 증권사도 유사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장부 거래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장부상 숫자가 통제되지 않을 경우다. 만약 시가총액이 낮고 유동성이 적은 코인에서 장부상 수량이 과도하게 입력되거나 통제 없이 반영되면, 적은 거래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이를테면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코인에 대량 매수·매도 주문이 찍히면, 실제 수급과 무관하게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세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거래량이 갑자기 늘고 가격이 급등하면, 외부 투자자들이 호재로 오인해 매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인위적인 가격 변동이 실제 자금 유입으로 이어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는 전문가들이 장부거래의 핵심으로 '실시간 대조'와 '다중 통제 장치'를 꼽는 배경이기도 하다. 빗썸은 오지급 사실을 약 20분간 인지하지 못했다. 또 공지를 통해 "보상 지급 시 2단계 이상 결재가 실행되도록 일부 누락된 프로세스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상 지급 과정에서 다단계 승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동안 업계에선 빗썸이 타 거래소 대비 상장 코인 수가 많고 가격 급등락이 잦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다른 지표는 몰라도 거래량만큼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보니 거래량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유령 코인이 실제 거래되면서 장부 거래 구조의 취약한 민낯이 드러났다"며 "이론적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글로벌 상위권 거래소가 고의로 이를 악용할 경우 감당해야 할 법적·평판 리스크가 매우 크기 때문에 현실화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도 "장부 기록과 실제 보유 총량을 왜 실시간으로 감지하지 못했는지가 핵심"이라며 내부통제 체계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특정 거래소의 사고를 넘어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황 교수는 "이중·삼중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한 거래소의 문제가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빗썸은 사고 수습과 피해 보상,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하며 외부 전문가 검증을 통해 시스템을 투명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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