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 주식 데자뷔?…비슷하지만 다른 점은[빗썸 오지급 사고]③

직원 실수로 자산 뿌린 '팻핑거' 사례로 유사
주식은 단일 시장, 가상자산은 거래소별 독립 시장 차이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이 지난 6일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비트코인(BTC) 총 62만 개를 잘못 지급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2026.2.8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62만 개 오지급 사고를 두고 2018년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가 함께 회자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슷하지만 다르다. 소수 직원의 실수로 '없는 자산'이 풀린 전형적인 '팻핑거(Fat Finger, 금융 시장에서 직원의 단위 입력 실수를 이르는 말)' 사례라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삼성증권 유령 주식은 실제 시장에 유통된 반면 빗썸의 유령 코인은 '빗썸 내에서만' 유통됐다.

2000원어치 비트코인 주려다 2000개 뿌린 '팻핑거' 빗썸

8일 빗썸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당첨자들에게 잘못 지급한 비트코인 62만 개 중 99.7%를 회수하고, 나머지 0.3%는 회사 자산으로 메꿨다.

62만 개나 되는 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된 이유는 빗썸이 이벤트 참여자 1명당 2000원어치 비트코인을 지급하려다, 실수로 1명당 비트코인 2000개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코인을 지급받은 이용자들 중 일부는 빗썸에서 비트코인을 매도했다. 즉, 회사 자산으로 메꾼 오지급 물량의 0.3%(1788개)는 빗썸이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20분 동안 매도된 물량이다.

이 과정에서 빗썸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이 4만 3000여개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거래소가 보유한 수량보다 훨씬 더 많은 수량의 비트코인이 이벤트 보상으로 풀린 것이다.

삼성증권 사태와의 차이는?…'전체 시장 영향 여부'

이에 2018년 발생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회자됐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란, 삼성증권이 직원 보유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한 주당 1000원을 배당해야 할 것을 실수로 한 명당 자사주 1000주를 지급한 사건이다. 2000원어치 비트코인을 지급하려다 비트코인 2000개를 지급해버린 빗썸과 매우 유사하다.

일부 직원이 실제로 주식을 매도한 점도 빗썸과 비슷하다. 당시 자사주를 잘못 배당받은 직원 중 일부는 주식시장에 삼성증권 주식을 내다 팔았고, 이로 인해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했다. 빗썸에서도 비트코인을 잘못 받은 이용자 일부가 비트코인을 매도했고,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다만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큰 차이가 있다.

주식 시장은 하나의 단일 시장이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소마다 하나의 독립된 시장이다. 빗썸에서 매매 주문을 넣으면 빗썸에서만 거래가 체결되고, 업비트에서 주문을 넣으면 업비트에서만 거래가 체결되는 구조다.

삼성증권 주식의 경우 직원들이 매도한 주식으로 인해 실제 삼성증권 주가가 떨어졌고, 전체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

반면 빗썸 내에서 거래된 비트코인은 외부로 출금할 수 없는 가짜 비트코인이다. 빗썸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들은 거래소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찍힌 수량으로 가상자산 거래를 체결하고, 추후 지갑에서 출금해 자산 수량을 맞추는 '장부 거래' 방식으로 운영된다.

빗썸 데이터베이스 상에만 찍힌 코인이므로 빗썸 내부에서는 매도가 가능했다. 그러나 실제 블록체인상에서 발행된 비트코인이 매도된 건 아니다. 본래 비트코인이 발행되려면 복잡한 연산작업을 수행하는 '채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피해자도 비트코인 보유자 전체가 아닌, 사고 당시 '빗썸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했던 이용자들이다.

따라서 빗썸 내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8100만 원대까지 하락했더라도 실제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당시 업비트, 바이낸스 등 다른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이 9770만 원(해외 기준 6만 7600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즉,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만약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받은 이용자들이 해당 물량을 개인 지갑 등 외부로 옮기려 했다면 출금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상자산 출금은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출금을 하려면 블록체인상 빗썸 지갑에서 외부 지갑으로 '실제 비트코인'이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빗썸 데이터베이스 상에만 찍힌 코인이 블록체인상에서 이동할 순 없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삼성증권에서 잘못 찍힌 주식은 전체 주식 시장에 풀릴 수 있다. 국내 주식 시장은 하나뿐이므로 삼성증권 주식을 보유한 전체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반면 빗썸은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시장이고, 잘못 찍힌 비트코인이 빗썸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는 이상 빗썸을 쓰지 않는 비트코인 보유자들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빗썸에서는 빗썸이 거래소 안에 실제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4만여 개만큼만 거래소 밖으로 빼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