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3년을 버텼습니다"…손발 묶인 고파이 자금 '566억→1300억원'
고팍스, 고파이 상환 위한 예치자산 공개…회사 자금과 분리해 따로 보관
3년 우여곡절 끝에 첫발 뗀 상환 절차…금융당국 협의 등 거쳐야
-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고파이' 피해금 상환을 위한 예치 자산을 공개한 가운데, 피해 발생 초기 566억 원 규모였던 자산이 1300억 원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파이는 고팍스가 운영하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다. 지난 2022년 말 FTX 파산 사태의 여파로 고팍스는 고파이 이용자들에게 고객 자산을 돌려주지 못했다.
3년 넘게 묶여 있던 자산은 지난해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가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상환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바이낸스가 고파이 피해액을 떠안는 조건으로 고팍스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2100만 원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1억 3000만원까지 올랐다. 상환 절차가 개시되면 강제로 '장기 보유자'가 됐던 고파이 이용자들은 큰 수익을 보게 되는 셈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고팍스는 고파이 예치 자산 보관 현황을 공지했다. 자산은 회사 운영 자금과 분리돼 제3자 수탁 기관을 통해 보관 중이다. 규모는 공지일 기준 시세로 1300억 원 수준이다.
자산을 마련한 건 고팍스를 인수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다. 바이낸스는 2023년 초 고파이 채무를 모두 떠안는 조건으로 고팍스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체결했지만 막상 고파이 피해금 상환은 쉽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 수리를 계속 미루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승인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고파이 이용자 3300명도 강제로 버텨야 했다. 지난해 8월 고파이 이용자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금융당국이 45일이면 해결될 신고 수리를 2년 넘게 미룬 탓에 소중한 일상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고파이 이용자들의 호소를 마냥 무시할 수 없었던 고팍스와 바이낸스도 그간 다양한 시도를 했다. 고파이에 묶인 자산을 고팍스 지분으로 바꿀 수 있는 선택지도 줬고, 피해 발생 당시 원화 시세로 환산해 지급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그럼에도 이용자 대부분은 '동일 수량'으로 돌려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가상자산으로 맡겼으니 당연히 가상자산으로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세도 많이 올랐을뿐더러, 자산이 장기간 묶인 탓에 수익 창출 기회를 놓쳤으니 이용자 입장에선 맡긴 가상자산과 동일한 수량대로 돌려 받아야 했다. 결국 바이낸스도 이를 수용하고 동일 수량 상환을 약속했다.
이후 최초 변경신고로부터 2년 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고팍스의 변경신고를 수리했다. 이로써 바이낸스도 고팍스를 인수하고 고파이 피해액을 상환할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 승인이 지연된 지난 3년 동안 가상자산 시세는 큰 폭으로 올랐다.
인수 계약 체결 당시 바이낸스가 승계받은 고파이 채무는 566억 원 규모였다. 고팍스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것으로, 비트코인이 2100만 원 수준이던 2022년 12월 말 시세로 환산한 규모다. 비트코인 외 이더리움(ETH), 비트코인캐시(BCH), 스텔라루멘(XLM) 등 고파이에 묶였던 주요 가상자산들 모두 당시에는 현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하지만 고팍스가 자산 보관 현황을 공개한 지난 29일 비트코인 가격은 약 1억 3000만 원에 이른다. 566억 원이었던 전체 고파이 자금은 1340억 원가량으로 불었다.
상승률이 높은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보면, 비트코인을 맡긴 이용자들은 약 50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
단, 고파이 상환이 개시되기까지 고팍스와 바이낸스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아 있다. 고팍스의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신고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으므로 금융당국과 간접적으로나마 또 협의를 거쳐야 한다.
또 고팍스 창업자인 이준행 전 대표와 바이낸스는 지분 인수 계약과 관련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소송 리스크 역시 변수로 꼽힌다.
고파이 이용자들은 그동안 긴 시간을 버틴 만큼, 관련 절차가 빠르게 개시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한 이용자는 "가족 전체가 힘든 시간을 버틴 지 3년이 지났다"면서 "하루빨리 상환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