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 넘긴 디지털자산 기본법…코인 거래소 책임 대폭 강화

해킹 시 무과실 배상책임 지울 듯…거래소엔 별도 진입절차도 마련
업계 "이용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나…지나친 책임에 산업 위축 우려"

비트코인 상징이 새겨진 동전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최재헌 기자 = 정부가 마련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된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외에도 거래소 등 디지털자산업자(가상자산사업자)에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방안이 도입될 전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용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산업 성장을 위해 사업자에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임을 부과헀으면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 '정부 안'은 연초 국회에 제출돼 발의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연내 입법을 목표로 했으나, 당국과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법안 발의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기본법에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외에도 디지털자산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현재 당국이 마련 중인 기본법 초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등 디지털자산업자에 금융업에 준한 권유 규제(설명의무, 약관·광고 규제 등)를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해킹이나 전산장애 등 사고가 발생하면 전자금융거래법에 준해 디지털자산업자에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해킹 등 사고 발생 시 전자금융업자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고, 예외적으로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이용자가 책임을 부담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해킹에서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따라서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면 거래소의 과실이 없더라도 이용자에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전망이다.

사업자 도산 시에도 이용자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도산절연 장치도 제도적으로 확보된다. 이용자 자산을 사업자 고유 재산과 분리해 관리하고, 이에 대한 주기적인 외부감사를 의무화함으로써 사업자가 도산하더라도 이용자 자산이 상계나 압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간 이용자 자산을 사업자 재산과 분리 보관하라는 내용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법제화돼 있었으나 도산절연의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최근 거래소 프로비트 코리아가 파산 절차를 밟았음에도 이용자 자산은 제대로 반환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이 같은 사태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게 당국 측 의도다.

이외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대해서는 별도의 진입 절차까지 마련된다. 거래소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 유통 인프라인 만큼, 충분한 자본력과 운영 능력을 갖춘 '적격 개설업자'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다는 것이다.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고 이해상충 방지체계 등을 갖춘 경우에만 거래소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같은 규제 강화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사업자들이 지켜야 할 것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산업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에만 방점을 두면 끝도 없다. 특히 무과실 책임은 워낙 예민한 문제이고,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가 생기면 산업이 경직될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 응당 해야겠지만, 거래소들은 지금도 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디지털자산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지, 전통 금융권과 똑같이 바라보는 시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