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달러코인' 수요 급증…1년 새 거래량 77조원 늘어

원화 약세 속 '달러 대체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 수요 확대
USDT 중심 거래 증가…올 하반기 들어 증가세 가속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올해 국내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된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이 1년 만에 약 77조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약세와 환율 상승 속에서 달러 대체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8일 블록체인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25일까지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거래된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총 177조 16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거래량(100조 2838억원) 대비 약 77조 원 증가한 수치다.

해당 집계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거래가 더욱 활발해졌다. 올해 상반기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약 87조 원 수준이었지만, 하반기 거래량은 이를 웃도는 90조 원을 기록했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사실상 USDT가 주도했다. 올해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된 USDT 규모는 전체의 약 96%에 달했으며, USDC 거래량은 약 5조 89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두 스테이블코인 모두 달러와 1대1로 연동된 구조로,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하는 것은 사실상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업계에선 환율 상승이 스테이블코인 거래 확대의 핵심 배경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6일 오후 2시 53분 기준 달러·원 환율은 1440.90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23일에는 장중 1482원까지 오르며 1500원 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 조치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원화 약세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난 25일까지 국내 5대 원화거래소 스테이블코인 거래량(크립토퀀트 제공.)

원화 가치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1월 2일 달러·원 환율은 1334.96원이었으나, 같은 해 12월 31일에는 1502.84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강달러 기조 속에서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스테이블코인 거래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최근 하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7.9포인트 내린 97.602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달러 강세, 밑돌면 약세를 의미한다.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 속에서도 원화는 상대적으로 더 큰 약세를 보이는 셈이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의 간편한 접근성도 수요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외화를 직접 매수하려면 은행 거래, 환전 절차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하면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달러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대한 명확성이 확보될 경우 실물자산과 결제 시스템의 온체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