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에 '김치코인 멸종'…해외 코인만 상장하는 韓 가상자산거래소
[K-블록체인 생태계 복원]②규제에 씨 마른 김치코인, 잇단 상폐
신규 상장은 없는데 '상폐' 대부분이 김치코인…국부 유출 우려
-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54개 중 1개.
국내 최대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올해 하반기 신규 상장한 가상자산 중 '김치코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코인은 스토리(IP) 1개 뿐이다. 이 '스토리'조차 창업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김치코인으로 간주되지만, 엄격하게 분류하면 해외에서도 상당 규모 거래되고 있는 글로벌 자산이다.
올해 들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공격적으로 신규 상장을 늘리고 있지만, 상장되는 코인 대부분이 해외 프로젝트다. 국내 기업들이 만든 이른바 '김치코인'은 상장 문턱을 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잇따른 상장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사실상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가 올해 상장한 김치코인은 단 1개에 불과하지만 올해 상장 폐지한 코인 10개 중 김치코인은 7개에 달한다.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국내 최대 거래소에서 한국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올해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된 다드(DAD), 비트코인골드(BTG), 솔브케어(SOLVE), 하이파이(HIFI), 스톰엑스(STMX) 등은 국적은 불분명하나 국내 거래소가 거래량 90% 가까이 차지하던 사실상 김치코인이다. 펀디에이아이(PUNDIAI), 퀴즈톡(QTCON), 스트라이크(STRIKE) 등도 마찬가지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홍보 및 신뢰 확보 면에서 불리한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거래소들이 정부 규제 때문에 '리스크 회피형' 상장 정책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국이 가상자산 상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지난해를 기점으로 국내 거래소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이미 검증된 프로젝트들만 상장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국내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은 초반 신뢰성 및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국내 거래소에선 해외 인기 코인을 확보해 트래픽 및 거래량 상승 효과를 보는 게 공식이 됐다"며 "국내 프로젝트 자체가 별로 없기도 하지만, 굳이 글로벌 거래량이 없는 국내 프로젝트를 상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사업을 잘 이어가고 있던 국내 프로젝트들조차 설 자리를 잃었고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블록체인 메인넷 프로젝트들이 크게 줄어든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국내 블록체인 메인넷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으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만한 국내 블록체인 메인넷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 국내 프로젝트들이 영향력을 잃으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입도 중단됐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카카오 표'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클레이튼(현 카이아), 위메이드의 위믹스 등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이 개발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성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2018년 가상자산공개(ICO) 붐 때나 2021년 상승장 때는 국내 대기업들이 자체 블록체인 생태게를 구축하려던 시도가 이어졌으나 현재는 이 같은 흐름도 멈춘 상태다.
이에 업계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 국내 기업들이 블록체인 신사업을 다시 시작하게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마련 예정인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더불어 블록체인 기술 육성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SK, 롯데 등 주요 대기업은 이미 내부적으로 블록체인 전담 부서를 운영한 지 오래인데, 규제 불확실성으로 사업을 본격화하진 못한 것"이라며 "규제 불확실성 해소 및 산업 육성책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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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시장이 제도권 편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정작 산업 육성을 위한 청사진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화 논의의 중심에는 여전히 ‘규제’가 자리 잡고 있고,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전반의 성장 전략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다. 반면 유럽연합(EU)과 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가상자산을 규제 대상이자 미래 성장 산업으로 동시에 바라보며 ‘규제–육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뉴스1은 [K-블록체인 생태계 복원] 시리즈를 통해 국내 디지털자산 정책이 ‘거래소 중심 규제’에 머무르며 어떤 한계에 봉착했는지, 그리고 한국형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 어떤 조건과 전환이 필요한지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