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주가까지 '베팅'…급부상한 블록체인 예측시장 "도박인가 혁신인가"
폴리마켓, 기업가치 15배 '쑥'…주간 거래량 사상 첫 20억 달러 돌파
제도는 아직 공백, '혁신 vs 사행성' 논란…"규제 마련이 관건"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예측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탈중앙화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은 불과 4개월 만에 기업가치를 15배 끌어올리며 몸집을 키웠고, 전 세계 예측 시장의 주간 거래량도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예측시장을 두고 '혁신이냐, 도박이냐'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며, 향후 시장 확대를 위해선 제도 마련 여부가 관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탈중앙화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은 최대 150억 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폴리마켓은 지난 6월 피터 틸의 파운서스펀드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를 1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불과 4개월 만에 몸값을 15배 높인 셈이다.
이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탈중앙화 예측 플랫폼 이용자들은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주제의 미래 사건에 대해 '예측 투표'를 제시하고, 특정 결과에 베팅한 뒤 적중하면 수익을 얻는다. 즉,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가격(확률)으로 표현하고 이를 거래하도록 만든 구조다.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돼 모든 투표 내역을 장부에 투명하게 기록하며 조작 위험도 낮췄다.
실제로 블록체인 분석업체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10월 중순 기준 전 세계 예측시장의 주간 거래량은 사상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중 시장의 중심에 있는 기업은 이달 기준 전 세계 예측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폴리마켓이다. 지난 2020년 설립한 폴리마켓은 지난해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면서 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일찌감치 점치며 '여론조사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러한 인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8월 폴리마켓에 투자하며 자문위원으로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기업 실적 예측, 주가 상승·하락 베팅, 미국 셧다운 가능성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주식 투자자층의 관심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5월에는 한국 대선 결과를 주제로 투표도 열어,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을 90%까지 예상하기도 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폴리마켓은 미국 대선 당시 주별 승패까지 100% 맞췄다"며 "일회성으로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와 달리 실시간으로 예측 확률이 변하는 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탈중앙화 예측시장은 지난 2015년 이후 빠르게 발전했다"며 "폴리마켓은 그 발전의 핵심에 있는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2위 플랫폼인 '칼시' 역시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탈중앙화 예측시장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이후 예측시장 참여가 급증하면서 폴리마켓 이용자들도 꽤 늘고 있다"며 "올해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흔들었다면, 다음은 탈중앙화 예측시장이 이어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탈중앙화 예측시장의 성장에도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분분하다. 아직 예측시장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없어 일각에선 '블록체인을 통한 투표 혁신'으로 평가하는 반면 '사행성 도박'에 가깝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폴리마켓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시절 정치·금융 관련 예측시장이 불법 선물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검찰·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약 4년간 미국 내 서비스가 금지됐지만, 최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서비스 재개를 허가하며 시장에 복귀했다.
업계 관계자는 "탈중앙화 예측시장은 아직 '그레이존(회색지대)'에 있다"며 "사행성 논란은 남아 있지만, 불법 사이트를 통한 위험한 베팅 대신 합법적이고 투명한 플랫폼을 찾는 수요도 여전히 많다"이라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보다 더 쉽고 친근한 점이 있어 앞으로 예측시장 산업은 더욱 확장될 전망"이라며 "관련 규제 정비에 따라 확장성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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