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우여곡절 끝에…바이낸스, 고팍스 인수로 한국 시장 결국 진출
대표 변경부터 메가존 인수 협상까지…FIU 승인 위한 노력 지속
-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금융당국으로부터 고팍스 인수를 최종 승인받으며 한국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고팍스 인수 협상을 시작한 지는 3년 만,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첫 변경신고를 한 지는 2년 7개월만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 산하 FIU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건을 최종 승인했다.
고팍스는 국내 5위 가상자산 거래소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보유하고 있는 '원화마켓' 거래소다. 바이낸스는 고팍스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2022년 말부터 검토해왔다.
그러던 중 '고파이' 사태가 터졌다.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가 FTX 사태 여파로 이용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게 되면서 바이낸스는 고파이 채무 또한 책임지기로 했다.
바이낸스가 대주주로 올라서자 고팍스는 전(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였던 레온 싱 풍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를 2023년 3월 FIU에 제출했으나, FIU는 그 때부터 수리 여부 결정을 계속 미뤘다.
FIU가 수리 연기 사유로 내세운 건 바이낸스의 사법 리스크였다. 바이낸스는 2023년 말 미국 법무부로부터 43억달러(5조5000억원) 규모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창업자인 자오창펑 바이낸스 전 CEO도 이때 물러났다.
이 때부터 바이낸스와 고팍스는 당국의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한국인인 이중훈 전 부대표로 대표를 교체하고, 다시 변경신고를 했으나 통하지 않았고 이 전 대표 역시 사임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시티랩스에 지분 일부를 넘기기도 했다. 조영중 전 시티랩스 대표로 대표를 교체하고 또 한 번 변경신고 시도를 했다.
그러나 FIU는 바이낸스의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줄이라는 요구를 고수했다. 이에 고팍스 지분 67.45%를 보유한 바이낸스는 상장사인 '메가존'에 지분 58%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초반에는 메가존의 인수 의사가 뚜렷했으나, 고팍스에 부채가 너무 많은 탓에 메가존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중순 비트코인 가격으로도 고파이 사태로 인한 부채가 1000억원이 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협상도 불발됐다.
그럼에도 바이낸스 입장에선 고팍스 인수를 포기하기 어려웠다. 고파이 부채를 떠안기로 하면서 고파이 피해자들에게 일부 금액을 지급하는 등 이미 들인 비용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바이낸스는 당국을 다시 설득하기 시작했다. 리차드 텅 바이낸스 CEO는 한국을 찾아 금융당국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반복했고, 바이낸스가 금융감독원 출신 대관 담당자를 채용하기도 했다.
당국은 고팍스에 재무건전성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고팍스의 실명계좌 파트너인 전북은행을 압박하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더이상 불허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현행법상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직접적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바이낸스의 사법 리스크도 해소되면서 결국 최근 들어 당국은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긍정적으로 재검토했다.
이후 고팍스가 첫 변경 신고를 한 지 2년 7개월 만에 FIU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바이낸스가 약속했던 고파이 피해 대금 지급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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