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리더십 2차 시험대'…인사 잡음에 금융위와 불편 기류도
"소폭 인사" vs "전면 쇄신"…인사 지연에 금감원 내부 술렁
금융위와 '원팀' 외쳤지만…수석부원장·특사경 놓고 미묘한 갈등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두 번째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첫 시험대가 조직 개편이었다면, 이번 과제는 조직 인사다.
문제는 곳곳에서 불거지는 인사 잡음이다. 이 원장은 취임 후 첫 임원 인사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으나 반려돼, 현재 다시 '새판 짜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조직 안정을 이유로 소폭 인사 방침을 밝혔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기존 '금융위 몫'으로 분류됐던 수석부원장 유임을 고수하면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와의 미묘한 긴장감도 감지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중순으로 예상됐던 금감원 임원 인사가 지연되면서 내부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금감원 인사는 임원 인사 후 국장급, 일반 직원 순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일반 직원 인사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원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국감 직후 인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11월 중순이 되도록 인사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배경에는 대통령실과의 엇박자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수석부원장을 포함한 일부 부원장을 유임하는 '소폭 인사'를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금감원 임원들은 새 원장 취임 시 관례적으로 일괄 사표를 제출하지만, 이 원장은 "재직 기간이 2년이 넘지 않은 임원 사표는 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임원들에게 밝히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최근 조직 쇄신을 요구하며 인사 초안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직 인사는 대통령실 보고 후 검증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이달 내 인사 발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원장의 인사 기조에 대한 내부 불만도 적지 않다. 최근 금감원 내부 커뮤니티에는 인사를 둘러싼 비판 글이 잇따르고 있으며, '물러나야 할 임원 투표'와 같은 게시물까지 올라온 상태다.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는 이유는 '인사 적체'다. 금감원은 전체 임직원 2000명이 넘는 방대한 조직이다. 부원장과 부원장보급 임원은 물론 국장도 달지 못하고 퇴직하는 직원들이 많다. 자연히 윗선이 물러나야만 승진 기회가 열리는 구조다.
현 임원진에 대한 실망감도 반영돼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 조직이 쪼개질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임원진이 별다른 대응이나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불만의 뿌리다. 특히 수석부원장이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고 발언한 대목은 내부 반발을 키운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반면 이 원장의 '소폭 인사' 기조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고위 직원은 "임원들도 한 가정의 가장 아니냐"며 "퇴직하면 취업제한으로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금감원 인사 잡음은 금융위와의 불편한 기류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 내
'넘버 2'로 꼽히는 수석부원장은 관례적으로 금융위 출신이 맡아 왔다.
금융위는 최근 간부 인사에서 새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내정하려 했으나, 이 원장이 현 수석부원장 유임에 무게를 두면서 계획이 무산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원장이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인지수사권' 부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금융위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양상도 나타났다. 금융위는 금감원 권한 강화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시각차가 더욱 뚜렷해진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감원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서로 다른 의견이 있는 것은 오히려 건강하고 생산적인 부분"이라며 "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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