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골머리 앓는 은행권…3600억 분담 두고 회의서 '격론'
3600억 얼마씩 분담하나…두 차례 회의에도 매듭 못 지어
일부서 '당기순이익' 기준 반발…"우린 가계대출 없는데 왜?"
- 김근욱 기자,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김도엽 기자 = 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 정책에 참여하는 금융사들이 4400억 원 규모의 재원 분담 방식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재원을 요구할 때마다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나눴지만, 최근 이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국내 은행들은 이번 주 여신·전략 부행장 회의를 두 차례 열고, 배드뱅크 분담금 배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드뱅크는 부실 채권을 인수해 정리하는 기관이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7년 이상 연체·5000만 원 이하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거나 조정하기로 했다.
배드뱅크 사업 재원은 총 8800억 원 규모로 이 중 4000억 원은 정부가, 나머지 4400억 원은 금융권이 부담한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36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여신전문금융사·저축은행 등이 나머지를 분담한다.
문제는 은행권이 부담해야 할 3600억 원을 어떻게 나눌지다. 그동안 은행권은 정부가 재원을 요청할 때마다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분담해 왔다. 실제 지난해 2조 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을 시행할 때도, 은행권은 당기순이익의 10%를 기준으로 출연해 2조 원 이상을 마련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당기순이익만으로 부담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드뱅크가 정리할 대상이 가계대출인 만큼, 가계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씨티은행 등이 동일한 기준으로 분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관례상 당기순이익으로 분담하는 방안이 유력했지만, 일부 은행의 반발이 있었다"며 "당기순이익뿐 아니라 가계대출 규모나 은행연합회 협회비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 차례 회의에도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결국 은행장급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선 이런 은행권 갈등을 '예상된 일'로 본다. 금융권의 출연은 어디까지나 '자발적 참여'인데, 정부가 구체적인 논의 없이 금액을 확정해 사업 계획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배드뱅크 사업에 4000억 원을 신규 편성하면서도, 정부의 '팔 비틀기' 관행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정무위는 '부대의견'을 붙여 구체적인 금융권 재원 조달계획을 다시 보고해달라고도 요청한 상태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1일 '소상공인·취약계층의 장기 연체채권 소각 및 채무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새도약기금 출범식'을 개최했다. 새도약기금을 통한 장기 연체채권 매입 규모는 16조4000억 원, 총수혜 인원은 113만4000명으로 추정된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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