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K팝, 15초의 굴레

황미현 연예부 차장
황미현 연예부 차장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더 좋은 노래가 있지만, 챌린지를 고려하면 타이틀 곡은 이걸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컴백을 앞둔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을 들려주며 가요 관계자들이 털어놓은 솔직한 고충이다. 과거 가요계의 주된 목표가 '음원 차트 상위권 진입'이나 '음악방송 1위'였다면, 이제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숏폼 플랫폼 내 '오디오 트렌딩 순위'와 '사용량 지표'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신곡이 발매되면 가요계는 즉시 15초짜리 댄스 챌린지 전쟁터로 변한다. 중독성 있는 하이라이트 구간과 직관적인 안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에는 일반인이나 타 아티스트들이 보다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원곡 안무 외에 별도의 '이지 버전(Easy Version)' 안무를 따로 제작하는 풍경까지 일상화됐다.

숏폼을 통한 홍보가 강력한 기폭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일부 곡은 숏폼에서의 폭발적인 화제성을 바탕으로 역주행을 기록하며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 사례 뒤편에는 씁쓸한 그늘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앨범 전체의 서사나 곡의 완성도를 깊이 있게 전달하기보다는, 오직 15초간의 시각적·청각적 자극을 창출하는 데 제작 역량이 집중되는 탓이다. 숏폼을 겨냥해 천편일률적인 구성으로 조립된 신곡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빠르게 소비되지만, 음악 자체가 숏폼 콘텐츠를 완성하기 위한 일회성 '소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가요 현장에서는 이러한 숏폼 중심의 마케팅을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많은 신인과 신곡이 쏟아지는 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피땀 어린 노력으로 만든 음악을 어떻게든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선택한 기획사와 아티스트들의 치열한 절박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중적 인지도와 팬덤을 착실히 쌓은 아티스트들이 이후 솔로 앨범이나 프로젝트 음반을 통해 비로소 자신만의 명확한 음악적 색채를 보여주는 루트가 굳어지는 것도 이러한 가요계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룹 활동에서는 15초의 직관적인 트렌드를 좇더라도, 개인 활동을 통해 비로소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적 서사를 풀어내는 셈이다.

숏폼은 K-팝의 글로벌 스펙트럼을 넓힌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된 채 찰나의 소비에만 갇혀버린 음악은 리스너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울림을 주는 명곡으로 남기 어렵다.

15초의 강렬함 뒤에 남는 음악적 여운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트렌드의 최전선에 선 K-팝 신이 끊임없이 던져야 할 질문이다.

hmh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