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식, 우물안 개구리, 서정환…' 오디션 프로그램 음양(陰陽)을 말하다!

KBS 탑밴드 우승팀 톡식, 오디션 프로그램을 말하다

케이블 채널 Mnet의 슈퍼스타K에서 시작된 오디션 바람은 MBC 위대한 탄생, KBS 탑밴드, SBS K팝 스타로 이어지며 지상파까지 집어삼켰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무명의 한 개인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주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참가자들의 꿈을 이뤄준다는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악마의 편집'으로 개인의 인격이 훼손되거나 악성 네티즌들로부터 인신공격을 당하는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처럼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공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과감하게 도전한 참가자들은 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뉴스1은 KBS 탑밴드 우승팀인 밴드 '톡식'과 슈퍼스타K 시즌3에서 지역예선에서 고배를 마신 밴드 '우물안 개구리', 그리고 tvN 코리아 갓 탤런트의 준결승까지 오른 드러머 서정환군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KBS 밴드 오디션프로그램 우승팀 톡식. © News1

◇ 톡식 "탑밴드에 나가게 된 것은 행운"

'톡식'은 지난해 10월 KBS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탑밴드'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밴드라지만 김정우(24, 보컬·기타), 김슬옹(19, 드럼) 등 달랑 2명만이 만든 2인조 밴드다.

정우씨는 탑밴드에 참가하기 전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고 너무 싫었다"고 고백했다.

밴드로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겼다.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심사위원 판단기준에 따라 평가받는 게 싫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정우씨는 탑밴드에 참가한 이후 "탑밴드에 나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탑밴드 제작진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연을 이끌어가기 보다 각 밴드가 갖고 있는 음악적 색깔을 최대한 살려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제작진의 배려 덕분에 톡식은 "오디션이라는 부담감 보다는 공연을 한다는 느낌으로 우리의 모습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슬옹씨는 "음악을 하기 위해 탑밴드에 나갔다"며 "탑밴드는 톡식의 음악과 얼굴을 알려주고 음악을 계속 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음악을 하려고 나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라고 말하며 같은 음반 제작사 소속의 '예리밴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예리밴드는 지난해 방송된 슈퍼스타K 3에서 최종 탑10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악의적 편집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자진하차하면서 논란을 만든 바 있다.

슬옹씨는 "슈퍼스타K 제작진과 예리밴드가 각자의 진실을 가지고 있고 서로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가장 상처를 많이 많은 사람은 승오형(한승오, 예리밴드 리더)"이라고 말했다.

예리밴드는 '악마의 편집' 논란이 벌어진 후 네티즌들의 무차별 악플 공격을 받았다. 

한승오씨와 음반제작사 DMZ 대표는 "한동안 인터넷을 들여다 보지 못할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슬옹씨는 "마음 고생하는 예리밴드가 힘내라는 의미로 '예리밴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섞인 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

이런 부작용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무명 음악가나 꿈을 이루려는 한 개인에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기회다.

광주의 '10㎝'로 불리는 4인조 혼성 어쿠스틱 밴드 '우물안 개구리'도 음악과 이름을 알리기 위해 고심 끝에 지난해 방송된 슈퍼스타K 시즌3에 참가하게 됐다.

어쿠스틱 밴드 우물안 개구리. © News1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원하는 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은 그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한다.

리더 최주성씨는 "슈퍼스타K 시즌3에 참가하기 전까지만 해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참가 이후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물안 개구리는 광주 카페 순회공연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노는게 제일 좋아'라는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현재는 락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무대에 서기 위한 예선전을 준비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의 준결승인 세미 파이널에 오르며 생방송 무대까지 경험한 드러머 서정환군(19)은 말한다.

서군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줬다"며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서군이 음악을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고 한다.

특히 학교 선생들로부터 "맨날 드럼이나 쳐서 뭐 먹고 살래? 공부나 좀 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는 게 서군 설명이다.

그러던 주변 사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 준결승에 오른 후 자신을 응원하기 시작했고 서군도 자신감을 얻었다.

현재 재수생인 서군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기 위해 하루 8시간씩 고된 연습과 훈련을 하고 있다.

서군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에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은 비록 입상까지는 못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많은 것들을 얻었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입상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힘들게 입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가수 혹은 음악가로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음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너무나 부족한 현실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음악가들에게 작은 기회를 제공하는 '희망의 등불'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the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