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고쳐!" 풍자로 시작한 박재범표 신인 프로젝트…얻을 것은 [N초점]
- 황미현 기자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음식을 입에 밀어 넣으며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얼굴 고쳐!"라고 외치는 박재범. 그가 내년 1월 선보일 보이그룹 롱샷의 티저에서 엔터 업계를 풍자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재범은 지난 20일 공개한 그룹 롱샷의 선공개 곡 '쏘씬'(Saucin)의 뮤직비디오에서 포악한 엔터테인먼트 대표로 분했다. 콧수염이 난 얼굴, 툭 튀어나온 배에 포악한 말투를 쓰는 엔터 대표로 변신한 박재범은 자신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롱샷 멤버들을 향해 외친다.
"감히 가운뎃손가락을 들다니" "우리 수익이 95%나 줄었어" "사자 보이즈처럼 노래 만들어와!" "데이트 하지 마" "얼굴 좀 고쳐!"라고.
박재범이 연기를 펼친 엔터테인먼트 대표 방에는 박재범 전성기 모습 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있는, 매우 고압적인 자세의 엔터테인먼트 대표 모습은 풍자 요소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뮤직비디오에서 롱샷 멤버들은 박재범의 괴팍한 외침에도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으며, 박재범이 던진 감자튀김을 입에 넣는다. 연기의 끝에는 한 멤버가 자동차로 벽을 뚫고 들어오며 맞서는 연출도 포함됐다.
이처럼 박재범은 롱샷 선공개 곡 뮤직비디오를 통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강렬하게 풍자했다. 성형을 통한 예쁜 비주얼, 사생활의 과도한 제한 등을 비꼰 것이다.
특히 박재범이 "감히 가운뎃손가락을 들어?"라고 야단치는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다. 앞서 박재범은 지난 9월 롱샷의 공식 계정에 멤버들의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롱샷 멤버들은 가운뎃손가락을 치켜 세운 모습이었다. K팝 아이돌의 금기를 깨는 순간이었다. 사진에는 "평범함에 가운뎃손가락을"이라는 설명이 첨부되었는데, 남다른 아이돌의 등장을 암시하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아이돌이 가운뎃손가락을 드는 욕설을 하는 모습이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박재범은 이번 롱샷 선공개 곡 뮤직비디오를 통해 당시 겪었던 비난과 비판에 대해서도 풍자하며 앞으로 롱샷이 나아갈 '남다른' 길에 대해 예고했다.
이 같은 박재범의 선택은 신예 보이그룹 론칭 방식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통상 K팝 신인은 완성도 높은 비주얼과 서사 중심 세계관, 순수함을 강조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반면, 박재범은 롱샷의 출발점에서부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어두운 단면을 대놓고 끄집어냈다. 이는 단순한 콘셉트 소비를 넘어, 제작자이자 기획자인 박재범 본인의 문제의식과 업계 경험을 전면에 드러낸 선택으로 읽힌다.
이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우선 강점은 차별성이다. 아이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롱샷은 데뷔 전부터 파격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업계를 풍자하는 서사를 스스로의 데뷔 서막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롱샷은 기존 문법과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됐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제작자 박재범의 정체성 강화다. 그는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아티스트가 아닌 '엔터 대표'로 등장하며, 기획자와 아이돌 사이의 권력 구조를 스스로 희화화했다. 이는 자신 역시 이 시스템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풍자가 지나치게 직접적이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지점에서 박재범이 감수해야 할 위험 요소 역시 분명해진다. 풍자의 화살을 엔터 업계 전반으로 겨눴지만, 박재범 역시 이제는 한 레이블을 이끄는 엔터테인먼트 대표라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얼굴 고쳐", "데이트 하지 마"라는 대사는 업계의 병폐를 꼬집는 장치였지만, 동시에 그가 향후 실제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아이돌 산업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열애설, 사생활 논란, 태도 논쟁 앞에서 박재범이 기존 엔터 대표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이번 풍자는 오히려 역설로 되돌아올 수 있다. 풍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순간보다, 그 메시지를 지켜내지 못했을 때 더 큰 반작용을 부른다.
결국 롱샷 프로젝트의 성패는 뮤직비디오의 파격성보다 이후의 실제 선택에 달려 있다. 멤버들의 열애설에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 사생활과 활동 간의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논란이 발생했을 때 보호와 책임의 무게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따라 이번 풍자는 살아 있는 선언이 될 수도,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박재범의 '1호 아이돌' 롱샷은 내년 1월 13일 정식 데뷔한다. 파격적인 첫인상과 개성 가득한 롱샷 멤버들, 그리고 더 '특별한 대표' 박재범의 조합이 K팝 업계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기대가 모인다.
hmh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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