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피보다 진한 형제의 음악…'K떼창'과 함께 만든 감동 [N리뷰]
21일 영국 밴드 오아시스 내한 공연
- 안태현 기자
(고양=뉴스1) 안태현 기자 = 오랜 불화의 시간을 딛고 다시 뭉친 영국 밴드 오아시스(oasis)는 그들의 음악이 가지는 가치로 큰 감동의 순간을 선물했다.
지난 21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에 위치한 고양종합운동장에서는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오아시스는 1991년 데뷔한 영국 밴드로, 숱한 히트곡을 남기며 1990년대 '브릿팝의 황제'로 자리매김한 전설적인 밴드다. 하지만 밴드의 주축이자 형제인 노엘과 리암 갤러거는 숱한 불화를 빚어왔고, 결국 지난 2009년 8월 28일 공식 해체를 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러다 오아시스는 해체 후 15년이 지난 2024년 8월 27일 공식 재결합을 깜짝 발표했고, 이후 오아시스는 올해 7월부터 영국 카디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월드투어에 돌입했다. 이번 공연 역시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 마지막으로 내한했던 오아시스가 무려 16년 만에 다시 한국 팬들을 찾은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오랜 기다림이 있었기에 고양종합운동장은 다시 뭉친 형제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최 측이 밝힌 이날 공연 관객은 무려 5만 5000명으로, 이들은 이른 시간부터 공연장을 찾아 오아시스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특히 오아시스의 상징과도 같은 스포츠 재킷을 입은 팬, 직접 제작한 슬로건들을 들고 있는 팬들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팬들은 공식 찾기 위해서거나 포토월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이뤄 장관을 연출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 역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오아시스의 음악적 가치를 엿볼 수 있게 했다. 10대의 한 여성 팬 A 씨(18)는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고 밝히며 "원래 팝에 관심이 많았는데 오아시스가 내한을 온다고 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힘들게 예매했다"라며 "기대가 많이 된다"라고 오아시스의 공연을 찾은 이유를 얘기했다.
남성 팬 김원태 씨(26)는 "공연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지난달부터 오아시스 음악만 들었다"라며 "올해 내한 공연이 많은데 특히 오아시스는 상징적인 밴드라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팬들이 기다린 오아시스의 공연.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연은 그야말로 '장관' 그 자체였다. 오아시스가 무대에 등장하자 팬들은 공연장이 떠나갈 듯 함성을 쏟아냈고, 오아시스 또한 이런 팬들의 열정에 보답하듯 파워풀한 사운드를 쏟아냈다. 특히 노앨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가 함께 화음을 맞추며 무대를 풀어낼 때는 15년 만에 다시 뭉친 형제의 서사가 감동을 선사했다.
오아시스가 남긴 수많은 히트곡으로 채워진 공연은 그야말로 한 곡도 세트리스트에서 뺄 생각을 할 수 없게 할 정도로 완벽했다. 특히 앙코르 무대에서는 '더 마스터플랜'(The Masterplan),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원더월'(Wonderwall),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 등 이들이 만들어낸 희대의 명곡들이 연이어 펼쳐지면서 귀를 즐겁게 했다.
오아시스의 환상적인 음악은 팬들과 함께 더 빛이 났다. 팬들은 오아시스의 곡에 맞춰 고양종합운동장이 떠나갈 듯 떼창을 하며 'K-떼창'의 맛을 제대로 선보였다. 또한 스탠딩 관객석에서는 강강술래를 하면서 공연을 단순히 듣고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즐기는 장으로 만드는 특별함을 부여했다.
2시간 동안 23곡을 펼쳐내면서 16년의 시간을 기다린 팬들에게 다시 한번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 낸 오아시스. 오랜 불화가 있었지만, 물보다 피가 진함을, 또 피보다는 그들의 음악이 더 진함을 노엘과 리암 갤러거 형제는 관객들의 떼창과 함께 이렇게 노래했다. "화를 내며 뒤돌아보지 말아요"(돈트 룩 백 인 앵거/ Don't Look Back In Anger)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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