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제이엘 "K팝 아이돌로 활동…꿈꾸는 것 같아요" [물 건너온 아이돌]①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어릴 때부터 K팝 아이돌 되고파…지금이 꿈만 같아요."

필리핀에 살던 제이엘에게 한국은 낯선 나라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K팝을 듣고, 어머니 옆에서 K-드라마를 본 제이엘은 늘 한국 문화에 높은 관심을 가져왔다. 아이돌을 꿈꾸게 된 계기도 한국 가수의 영상을 보고 난 뒤였다. 그런 제이엘이 K팝 아이돌을 꿈꾸게 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후 필리핀에서 보이그룹 플러스(PLUUS)로 활동하던 제이엘은 SBS '유니버스 리그' 오디션 개최 소식을 접한 뒤 참가자로 함께하게 됐다. '유니버스 리그'에 참여한 제이엘은 뛰어난 보컬 실력을 갖춘 것은 물론 랩까지 소화해 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댄스 실력 역시 갖추며 '올라운더'로 주목받았고, 팬들의 지지 속에 프로젝트 그룹 아홉(AHOF)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K팝의 열렬한 팬이었던 제이엘은 각고의 노력 끝에 그 자신이 K팝 아이돌로 발탁됐다. 제이엘은 "정말 꿈꾸는 것 같고 행복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토록 바라던 K팝 아이돌 생활은 즐겁다고. 그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상상만 해왔던 것들을 직접 해보니 좋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국에 온 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새벽까지 연습하게 된다며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그 덕분일까. 제이엘이 속한 아홉은 데뷔 초부터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데뷔곡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해'로 데뷔 10일 만에 지상파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한 아홉이다. 특히 제이엘은 이 '뮤직뱅크' 1위로 필리핀 출신 K팝 아이돌 중에 최초로 지상파 음악 방송 1위를 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이엘은 "그땐 정말 눈물이 나왔다"라며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온 지는 이제 반년 정도 지났지만, 제이엘의 한국어 실력은 상당했다. 데뷔하기 전 레슨을 두 달 정도 받은 게 전부라고 했지만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비결을 묻자, 책보다는 실생활에서 한국어를 배운다며 매일 모르는 단어를 복습한 뒤 잔다고 귀띔했다. 또한 이미 한국 문화에 대해선 잘 알고 있어 큰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김치찜과 해장국을 꼽았다.

제이엘은 한국에서 아이돌로 활동하는 것이 좋다며, 자신 역시 선배 K팝 아이돌들처럼 음악을 통해 팬들에게 영감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열정맨' 제이엘과 이야기를 나눴다.

-정식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지 두 달여가 지났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어때요.

▶시간이 빨리 지나갔는데, 실감이 잘 안 나요. 어릴 때부터 K팝 아이돌이 되고 싶었기에 (지금 이렇게 활동하는 게) 꿈꾸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K팝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해요.

▶원래 노래 부르는 게 취미였고, 어릴 때부터 그룹 2NE1을 너무 좋아해서 K팝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학창 시절엔) 학교에서 방탄소년단이 진짜 유명했어요. 옆에 친구가 방탄소년단 'DNA' 무대를 보고 있어 궁금해서 한 번 봤는데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게 생각만 해도 어려운데 춤과 노래를 다 잘해서 놀랐어요. 그때 저는 노래만 할 수 있었는데 그 영상을 보고 춤에도 관심이 생겼죠. 그때부터 K팝과 K팝 아이돌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있었네요.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정말 좋아해요. 저도 K팝과 K-드라마를 좋아했어요. 어머니께서 특히 K-드라마를 좋아하셔서 저도 옆에서 같이 보다 보니 관심이 커졌죠. '역도 요정 김복주', '도깨비', '더블유' 등의 드라마를 좋아했어요. 한국에는 2년 전에 여행을 온 적이 있는데 어릴 적부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컸다 보니 처음 왔을 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이미 필리핀에서 보이그룹 플러스로 데뷔해 활동 중이었는데, 왜 K팝 아이돌에 도전하게 됐나요.

▶필리핀에서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회사 대표님이 '유니버스 리그'라는 서바이벌이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원래도 K팝 아이돌이 되고 싶었고, 산다라박 선배님처럼 필리핀과 한국에 서로의 문화를 알려주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요. 그래서 멤버 몇 명이 같이 (지원)했는데, 제가 참여하게 됐죠. 사실 아홉이 됐을 때 행복했지만, 걱정도 있었어요. 필리핀 그룹도 있으니까요. 그때 플러스 리더가 '우리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메시지를 보내줘 고마웠어요. 지금 플러스 멤버들은 유닛과 솔로로 활동 중이에요.

-'유니버스 리그'에 참여하며 한국에 온 뒤 오랜 기간 머무르게 됐죠. 아무래도 한국어가 익숙지 않다 보니 참가자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진 않았나요.

▶스티븐 형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한국어랑 영어를 믹스해서 썼죠. 다른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많이 배우고 싶어서 요즘 샵을 다닐 때마다 최대한 소통하고 있어요. 팬들이랑도 한국어를 하려고 하고요.

-'유니버스 리그'에 참여하면서 단기간에 K팝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을 체험해 보니 어땠나요.

▶저는 원래 '프로듀스 101'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너무 봐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도 뭔가 빨리 (경험)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해봤을 땐 하루 종일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니까 힘들더라고요. 어렵기도 했고요. 하지만 유튜브에서 볼 수 있던 걸 직접 해보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노력 끝에 인정받아 아홉으로 데뷔했을 땐 뿌듯했을 것 같아요.

▶저는 완전 K팝 팬이었으니까 (아홉이 됐을 때) 뭔가 꿈꾸는 것 같았어요. 옛날에는 (K팝 아이돌이 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아홉 멤버들이랑 같이하고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팬일 때 느꼈던 감정들을 이제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서 행복해요. 최대한 많은 분에게 영감을 주고 싶어요.

-아홉으로 데뷔가 확정됐을 때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영상 통화할 때 가족들은 감동 받아서 계속 울었어요. 제가 진짜 어릴 때부터 열심히 살았는데 이번에 한국에서 데뷔한 게 '진짜인가' 그런 느낌이라고 했어요. 여동생 1명과 남동생 2명이 있는데 동생들은 너무 웃겨요. 최근에 진심으로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물 건너온 아이돌】 아홉 제이엘 편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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