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루시드폴 "제주살이 날 바꿔놔…풀벌레와 함께 만든 앨범"
- 황미현 기자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이색적인 이력의 가수. 루시드폴은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2년 전 7집을 발매했을 땐 홈쇼핑에서 직접 수확한 감귤과 자신의 앨범을 한데 묶어 팔더니, 이번엔 감귤 농사를 지은 일상을 에세이와 사진으로 남겼다. 2년만에 발매하는 8집 역시 이 에세이와 함께 발매됐다.
루시드폴은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지으며 느낀 모든 것을 이번 8집에 담았다. 농사와 앨범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은 그는 자신의 앨범 작업기를 설명하며 어느새 웃음 짓고 있었다.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을 손수 지은 오두막에서 직접 녹음했다. 9평 남짓의 작은 작업 공간을 무려 기타를 만들때 쓰는 음향목으로 직접 지었다. 그는 새벽이면 이곳에서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녹음과 믹싱을 했다. 그리고 해가 뜨면 농부의 복장을 갖추고 농장으로 나갔다.
루시드폴의 이런 '기이'하고 독특한 생활 패턴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 그는 인터뷰를 하며 "다음 9집에선 직접 악기를 만들어 연주해볼까"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다음은 루시드폴과의 일문일답.
-에세이를 보니 가사를 원고지에 적었다.
"가사는 원고지에 다시 한 번 정리를 한 것이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도 가사를 많이 쓰던데,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노트나 종이에 쓴다. 책 원고 역시 다 원고지로 썼다. 멋있어 보이려고 한 것은 아니고 내가 목 디스크가 있다. 컴퓨터로 작업을 많이 하면 목이나 어깨가 뭉친다. 이번에는 책을 컴퓨터로 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종이로 쓰게 됐다. 예전에 팬들이 선물해줬던 만년필로 원고를 썼다."
-오두막을 직접 지었던데. 대단하다.
"실화다. 물론 나는 집과 아무 관계가 없다. 건축가인 것도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필요했다. 과수원에 창고가 없다. 지금 5년차 넘어가는데 첫 해, 두 해째에는 다른 밭을 빌려서 농사를 지었다. 땅 살 돈도 없고 다른 밭을 빌려서 했는데 창고가 없는 곳이라서 정말 힘들었다. 다음에 내 밭이 생기면 창고가 하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과수원이 생긴 후로 창고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들진 않았나.
"(녹음실 짓는 일을)거의 정확하게 작년 이맘때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더이상 힘들 수가 없는 일이었다. 목수 일도 힘들고 위험하고, 나무를 피해서 건물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서 나무도 다치면 안되고 목수도 다치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작년에 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열렸다. 12월에 공연도 있었고 그래서 그 일이 거의 1월까지 계속됐는데 눈이 떨리더라. 병원에 갔더니 마그네슘을 먹으라고 하던데 낫지도 않았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음악 작업기를 소개해달라.
"집이 빨리 마무리되면 곡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해야하는 일이 정말 많더라. 3월까지 일을 했고 3월은 또 많이 춥지 않나. 곡 작업을 시작해야하는데, 일단은 언제 곡작업을 해야하는지 시간 타이밍을 못잡겠더라. 새벽 3시쯤 일어나서 집에서 먹을거 싸거 추우니까 난로 불을 키고 그때부터 곡 작업을 했다. 그러면 해가 뜨고 한 9시 쯤부터는 그 이상 작업이 안된다. 왜냐하면 트랙터 소리가 들리고, 낮이니까 더이상 곡 작업을 못했다. 사실은 평소에 밤에 작업하던 것에 비해서는 작업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전에처럼 줄 담배를 피든지 술을 마시면서 곡 작업을 할 수도 없었다. 멀쩡한 정신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처음이다. 음악하고나서도 처음이다."
"녹음도 문제였다. 처음해보는 녹음이었기 때문이다. 나무 집이고 울림도 적당히 있고 기타나 노래를 녹음하는 것이 나는 좋았다. 그렇게 녹음하고 드럼이나 피아노 녹음은 서울에 올라와서 했다. 사운드는 거의 2년 정도 공부하고 찾고 물어보면서 했다. 어떤 악기는 내가 직접 샀다. 그렇게 녹음이 끝나고 안테나 공연이 시작됐는데, 정말 눈 앞이 깜깜하더라. 죽음의 스케줄이었다. 농사에 앨범 작업에 회사 공연까지. 공연이 끝나니 연휴라 부모님들이 내려오셨는데 정말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앨범을 낸 것이 꿈만 같다."
-사람이 좋아졌다는 표현이 있다.
"나는 내가 사람을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안테나 공연때 희열이 형이 하이터치회를 하자고 하더라. 공연 끝나면 가위바위보에 진 사람이 2~3명이 반갑다면서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이었다. 한 1000명 정도 됐나. 저는 대구 공연때 했다. 눈 앞이 캄캄하더라. 가서 한분씩 오고 눈을 마주치고 하이터치회를 하는데 웬걸, 좋더라. 나는 사람을 안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내랑 얘기하다가 아내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폴은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래서 상처를 잘 받나봐라고. 농사의 방식도 다르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서가 다르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도 안정되고 또 다른 관객이 생기고 한 두달 동안 매일 같이 부대끼면서 만들어가면서 내가 사람을 좋아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홈쇼핑 판매와 같은 이색적인 이벤트는 없나.
"어떻게든 귤을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올해 감귤 농사가 잘 안됐다. 해걸이라고 하는데, 지난해 감귤이 많이 열리면 다음해에는 잘 안열린다. 한정판이 아니고 과수원의 귤이 가능한한 앨범이랑 같이 하고 싶다. 책과 음반과 귤까지. 그런데 아마 귤까지 했으면 내가 이렇게 못있을 거다. 링거를 꼽고 있었을 것이다."
-농사를 지으며 쓴 앨범, 무엇이 다를까
"제주도에 살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앨범이다. 그건 확실하다. 어떻게든 농사일을 하고 농장에서 나무들이나 다른 새, 벌레, 반딧불 부대끼면서 살아가고 지금의 나를 바꾸고 있는 것 같다. 몰랐던 내 모습을 찾아가면서 음악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책에도 나오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영화 감독 중에 극 영화를 찍는 분들이 있고. 나는 당연히 노래로 연결이 될 것이고, 일단 지금 만들어진 공간에서 앞으로 앨범을 계속 작업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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